부산 사투리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은 왜일까요?

by 심횬


물론 저는 지금도 사투리를 씁니다.

그런데 백 프로 태어난 고향인 ‘부산’의

사투리가 아닙니다.


20대 직장 때문에 고향을 떠나 오게 된 이곳 ‘포항’의

낯선 억양이 18년이라는 세월 동안 스물스물 스며들어

출처불명의 새로운 억양이 탄생했지요.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정말 “스물스물” 한층 한층 쌓였기에,

제 말씨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란 것을, 남들을 통해

알게 되었죠.

미용실 원장님이 “여기분 아니시죠?”, “네? 아.. 네네”

고향 친구들은 “어디 말투고? 강원도에서 왔나?,

“뭐?!”


뭐 어쩔 수 없습니다. 18년의 세월을 당장 바꿀 수 없습니다. 아마 평생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살겠지요.



정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택시를 탔습니다.

친구의 전화가 오네요. 고등학교 친구였습니다.


“야~ 어디고? 내 도착했는데 빨리온나~”

“니 벌써 도착했나? 억수로 빨리 왔네! 알았다! 내 지금 5분 남았데이”


순간! 오래전 부산에 살던 그때의 제가 된 듯

시원한 부산사투리에 시원하게 마음이 뻥 뚫립니다.


순수 토종 부산 사투리가 입에서 나오며

저의 정체성을 찾은 듯,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눈이 반짝반짝, 마음이 꽉 차오릅니다.


그 시각, 해가 낮아지며 눈이 부시지 않은 기분 좋은

빛을 뿜어주었네요. 그 빛 때문이었을까요?

그게 아니면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 때문이었을까요?


부산 사투리, 내 안에서 불쑥 나온 부산 사투리,

이게 뭐라고 제 맘이 꽉 찼을까요?


앨범을 꺼내 듭니다. 옛 사진들에서 또 다른 감정의

언어들이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모든 어제가 그리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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