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은 어떨까?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등교 개학을 하지 못하고, 4월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아이들과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나의 온라인 수업 이야기를 나눌까 한다. 돌이켜보면 전무후무했던 상황에서 아이들과 만나기 위해 노력했던 그 모든 것들을 다시 한다면 그만큼의 열정을 담을 수 있을까?
<온라인 수업, 교사 실재감이 답이다. 中>
특성화고등학교 106명의 여학생들! 아이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두 눈이 뜨거워지며 마주 앉은 아이와 함께 눈물을 닦을 때가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낮은 자존감, 진로의 불확실성으로 우리 아이들은 아프다. 어떤 선생님들은 수업이 제대로 안된다고, 이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학교가 힘들다고 한다. 좀 더 자세히 학교를 바라보면 아픈 아이들도 보이지만 아픈 선생님들도 보인다. 수업에 의지가 없는 학생들, 하지만 그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줘야 하는 선생님들! 분명 함께 호흡하는 수업 속에서 밝은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코로나 19로 인해 2020년 3월 개학을 하지 못했다. 본교는 봄이 되면 벚꽃 명소라 불릴 정도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벚꽃 포토타임을 가지며 그날을 함께 즐긴다.
그해 봄, 벚꽃은 외로이 홀로 피고 졌다. 온라인 개학 이후 학생들은 학교를 그리워하며, 휴대폰, 컴퓨터로 선생님들을 만나기 위해 접속하고 또 접속했겠지! 그 안에 선생님들이 계셨을까? 내가 존재했을까?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처음 겪는 낯선 상황들에 제대로 만남을 이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3월! 개학을 하지 못하고 나른한 무기력함이 내 안을 채우려고 할 때 수업과 성장 연구소의 카드 뉴스를 통해 교사 실재감을 만날 수 있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때부터 교사 실재감을 어떻게 구현해야 할까? 어떻게 아이들과 만나야 할까? 라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교사 실재감(teaching presence) - 실재감이란 학생이 선생님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느끼고 학생 자신도 그 속에 있다고 느낌으로써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연구 결과 교사 실재감은 학습의 만족도, 효과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교수 실재감: 개리슨, 앤더슨, 아처(2000)>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고 본교는 EBS 온라인 클래스라는 콘텐츠를 통해 학생들과 만나게 되었다. 학생들의 참여도는 수업 진도율, 그리고 개인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카페를 통해 알 수 있었고 첫 수업이 시작되고 학생들에게 “내용이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라는 피드백을 받게 되었다.
전무후무한 코로나19로 인해 눈과 눈이 만나고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수업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는 수업의 방법이 필요했다. 긴 프로젝트 수업을 어떻게 학생들과 함께 출렁거리며 나아갈 수 있을까? 학생들을 수업 속으로 이끌어 오고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앞서 이야기처럼 본교의 학생들은 수업에 대한 의지가 약한 편이라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의 역할보다 이끌어주고 같이 호흡해주는 교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끌어줌! 그건 무엇으로 가능할까? 곰곰이 생각하던 중 프로젝트 수업의 각 단계를 세분화하여 수업에 계단을 놓자!, 그리고 피드백에 힘을 쏟자!, 개별 피드백 활동을 통해 학생들을 자연스레 수업 속으로 이끌어보자고 다짐을 하였다.
내가 맡은 교과인 캐릭터 제작 교과를 지역을 홍보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고 첫 번째 프로젝트 명은 우리 지역의 역사를 Design하라! 였다. 지역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역사인물 8인을 조사하고 캐릭터로 제작하여 그들과 함께하는 역사적인 사건, 위인의 삶 속에 있는 숭고한 정신을 지역사회에 나아가 전국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에게 공동체의 의미를 새겨주고자 하였으며 지역 내 전시행사와 학생들의 역사 인물 알리기(프레젠테이션 행사)를 통해 교실수업을 실제화하고자 하였다. 상당히 긴 대장정의 프로젝트로 그 과정안에서 학생들은 역사를 배우고 캐릭터 제작의 과정과 기술적인 방법, 그리고 전체적인 레이아웃 구성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프로젝트가 컸다. 큰 프로젝트를 온라인에서 학생들과 만나려고 하니 나부터 전체 과정을 마음에 담고 수업을 진행하기가 버거웠다. 학생들의 활동 내용들도 직접 볼 수 없었고 네이버 카페를 통해서 업로드되는 과제들을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댓글로 피드백하거나 카카오톡을 통해 피드백해주면서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었다. 전체적인 프로젝트의 과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카드 뉴스 형태로 제작을 하여 수업 영상 앞쪽에 공지하여 학생들이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하였고 수업의 목표와 활동의 이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힘들었던 부분을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한다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가장 노력했던 지점과 같았다. 학생들의 활동 결과지를 피드백하는 부분이다. 어떤 날은 학생들과 보이스톡으로 통화를 하였고 어떤 날은 길고 긴 메시지를 주고받아야 했다. 두 번째, 수업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시간도 평소 수업 준비 시간의 세배 이상 소요되는 점이 힘들었다. 영상을 찍은 후 학생의 입장이 되어 영상의 내용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활동지를 만들고 영상을 올린 후 학생들의 수업 진도율을 체크하고 진도율이 낮은 친구들에게는 연락을 하는 등 24시간의 시간이 부족했다. 세 번째, 학생들과의 자연스러운 소통과 그 안에서 싹트는 서로 간의 신뢰를 온라인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등교 개학을 했을 때의 상황까지 고민하여 온라인 수업을 이끌어야 했다. 현재의 상황과 개학 후 상황을 예측하며 수업의 전체를 바라봐야 함이 힘든 부분이었다.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수업 영상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내 수업을 좀 더 깊이 보게 되어 장점과 단점이 명확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더 고민하게 되었고 수업이 100% 확신이 들기 위해 과정 안에 단계를 더 넣고 학생들과 만나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아쉬웠던 부분은 학생들과의 상호작용, 쌍방향 수업으로 진행하지 못한 부분이다. 그 당시 학교에서 선택한 온라인 수업 콘텐츠로는 쌍방향 수업을 할 수가 없었고 학교 선생님들과 어느 정도는 발을 맞춰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다.
평소 수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수업과 모든 학생들이 수업에서 이탈하지 않고 함께 활동하고 수업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한걸음 성장하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그런 나의 수업 지향점을 구현하기 위하여 우선 교과 단톡방을 만들어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활동한 과제를 네이버 카페를 통해 확인하였고 댓글로 피드백을 하였다. 또한 학생들이 서로 활동한 내용을 확인하고 친구들의 활동 내용에 피드백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을 이끌었다. 그리고 수업 영상을 피드백 영상과 본 수업 영상으로 나누어 전 시간활동 내용을 학생들이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피드백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감을 얻어 활동의 결과가 좋았고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였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작년 한 해 수업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던 학생이 온라인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수업에 참여율이 저조했던 몇 명의 학생들이 계속 마음속에 가시였다. 참여율이 저조한 어떤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그 학생들과는 통화를 하여 수업 의지를 세웠고 수업 활동지들을 수업 꾸러미라는 이름으로 각 가정으로 보내었다. 수업 꾸러미는 완성하지 못했지만 등교 수업 이후 신기하게도 그 학생들의 수업 참여가 정말 높아졌다.
교사 실재감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수업에서도 구현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수업 기간에 교사 실재감을 마음에 담아 수업 안에 실재감을 녹여내려고 하였다. 연결되는 관계를 만들고 존재감을 나타내고 수업의 흐름을 이끌고 피드백으로 다가가는 Being은 오프라인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수업에서 더 필요한 부분임을 느꼈다. 온라인 수업을 실체화하기 위해 학생들의 제출 과제들을 단계별로 엮어서 책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오프라인 수업의 흐름 안에서 제작되는 과제들을 계속해서 이어가 제법 책의 형태로 완성되었다. 학생들은 온라인에서 활동한 과제가 제법 그럴싸한 모습으로 만들어지자 최종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 당시 오프라인 수업을 하며 한 명 한 명 과정에 대한 피드백에 힘을 쏟았었다.
그리고 결과물의 공모전 참여, 전시회 일정 안내 등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업의 의지를 세우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수업의 최종 단계를 함께 상상하도록 수업을 이끌 수 있었다.
등교 개학을 하고 아이들과 첫 수업 시간! 그동안 함께 해온 활동들에 대하여 다시 한번 안내를 하고 학생들의 과제들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열심히 참여한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빛,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들을 살피며 활동한 과제들을 출력하여 책으로 엮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활동이 참 의미가 있었다.
학생들은 정말 뿌듯해하며 다음 수업에 대한 기대, 완성될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을 내 비쳤다. 결과물은 기대 이상의 수준으로 완성되었으며, 특히 놀라운 부분은 온라인에서 참여율이 저조해 수업 꾸러미를 받았던 학생들의 수업 태도 변화였다. 작년에도 모든 교과에서 수업 참여가 낮았었던 학생들이었는데 계속된 피드백으로 수업 의지를 세워주었더니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수업 성취도가 높아졌다.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학생들에게 개별 피드백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다. 전체를 돌보며 개별 피드백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찾고 싶다. 또한 학생들이 프로젝트 수업의 과정에서 단계를 잘 알고 스스로 즐겁게 참여하는 수업으로 이끌고 싶다. 특별하게 수업에서 힘을 쏟는 피드백 활동은 모두 함께 출렁이는 수업!이라는 내 수업의 지향점을 수업에 녹아내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속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수업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나와 아이들이 딱 맞는 옷을 입듯! 서로의 마음을 부대끼며 맞춰가는 수업을 하고 싶다.
2020년의 뜨거웠던 고민의 흔적들은 <온라인 수업, 교사실재감이 답이다. 신을진 저>의 한 귀퉁이에 실리게 되었다. 에듀니티 연수촬영을 하게 되었고 수업의 보고서는 수업연구대회에서 전국 1등급이라는 성과를 얻게 되었다. 아무 생각없이, 어느 누구의 시선도 중요하지 않았던 그때, 그저 열정을 마음껏 쏟아 부을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