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나누면 함께 성장합니다.

행복한 수업 나눔 문화를 위해

by 심횬


출처. 수업과 성장 연구소, 교사의 성장을 돕는 수업코칭 -신을진 저



수업을 나누면 함께 성장한다. 수업코칭 과정을 2년 동안 만나며, 가장 큰 변화의 경험은 나에게 있었다. 막연하고 두려웠던 수업 안에서 허우적대며 방향을 찾지 못했던 날들이 오랫동안 있었기에, 조금은 편안해지고 수업에 예전보다 당당할 수 있게 된 나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변화의 이유를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공감을 머금은 수업코칭을 통한 수업 알아차림’이었다. 선생님들께서 내 수업을 깊게 공감해주었고, 그곳이 안전지대라 여겨지니 마음을 솔직하게 터 놓을 수 있었다. 공감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내 수업을 알뜰히 바라보니 드디어 내 수업의 지향점을 찾게 되었고, 내가 가지고 있는 수업 자원들, 나의 강점들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어려워했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나에게 필요했던 건 이런 거였구나. 나는 이런 수업을 원했던 거구나. 마치 어두운 밤, 가로등이 한 번에 ‘짠’ 하고 켜지듯 빛을 만난 기분이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수업 알아차림이란, 수업 나눔을 통해 수업에서의 자기를 발견하고, 수업에서의 가치와 지향점을 발견하여 수업의 유연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마법같이 교사의 수업 성장으로 이끌어주는 과정을 말한다.


혼자 끙끙대며 수업 앓이를 했을 때는 답을 찾지 못했다. 겨우 50분 수업을 계획해서 교실에 들어가지만,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은 어느 날은 교사를 행복하게 만들고, 어느 날은 분노하게 한다.

그래서 수업은 늘 어렵고, 고민이 뭔지도 모르게 하루살이 교실 인생을 지냈던 날들이 있었다.


수업은 함께 나누었을 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경험했고, 그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수업 나눔은 이제 학교 현장에서는 익숙한 용어가 되었다. 실제로 수업 나눔 활동이 잘 이루어지는 공동체들이 존재하고, 큰 힘이 되어 교사로서 든든한 보약과 같은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업 나눔의 재료는 수업이다. 50분의 수업은 참관을 하여 만날 수도 있고, 영상을 촬영하여 만날 수 있다. 자세하게 수업을 만나기 위해서는 영상 촬영을 해서 수업을 찬찬히 보는 것이 좋다. 내 수업을 촬영한다는 것은 편안한 일이 아니다. 학생들에게도 양해를 구해야 하고, 내가 스스로 내 수업을 촬영하기 위해 장비를 설치하고 녹화를 하는 것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처음이 어렵다. 두세 번 하다 보면 나도, 학생들도 익숙해진다. 그렇게 나눌 수 있는 재료가 만들어지면 이제 꺼내어 함께 보면 된다.


수업이라는 재료에는 공감이라는 레시피가 필수적이다. 수업은 수업자를 공감하며 만나야 한다.

공감을 전제조건으로 하며 수업을 보아야 한다. 수업을 보는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고 복잡하다. 수업을 본다는 것은, 수업자에게 주어지는 50분의 수업시간을 마주하는 것인데, 이 간단한 문장이 절대 간단하지 않다. 수업코칭을 위해서는 사실 수업장면을 정말 뜯고 뜯어서 보아야 한다.


<교사의 성장을 돕는 수업코칭>에서는 장이론적 관점을 통해 수업 안에서 연결되는 6가지 요소를 너무 명확한 용어로 제시한다. 실제로 수업을 볼 때 6가지의 영역을 연결시켜서 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만 수업을 바라볼 때 장이론적 관점을 가지고 6가지 영역을 두루 살핀다면 분명 수업의 고민을 보다 선명하게 찾고, 뜻밖의 수업의 지향점을 찾는 것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출처. 수업과 성장 연구소


장이론에서는 장을 구성하는 부분들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여기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다고 본다. 그것이 수업에 적용이 되면 수업 안에서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며 서로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그 관점을 가지고 수업을 볼 때, 첫 번째로 수업 코칭 장면에서 다루고자 하는 교사의 수업 고민은 배경에 대한 탐색을 통해 그 맥락에 비추어 이해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늦게 끝나 다른 선생님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걱정이라는 고민에서, 수업시간에 늦게 끝나는 것이 선생님의 수업 방향과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관련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는 질문을 한다면 고민의 의미가 좀 더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수업을 하나의 장으로 보고 전체와 관련한 부분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수업과 관련한 요소들을 이해할 때 한 가지 요소에 집중하기보다는 다른 요소들과의 관련성을 살피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상호작용의 맥락에서 보면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PPT나 동영상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 다양한 수업자료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하지만 자료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지, 적극적인 수업 안내를 하지 않았다면 PPT는 학생과의 관계 형성을 회피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로 수업 고민이나 수업의 특정한 사건을 이해할 때는 그것이 수업이라는 장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이며 동시에 수업이라는 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수업의 고민을 고정불변의 특성으로 보기보다는 과정 안에서 많은 요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질 내용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았을 때 고민과 관련된 요소들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어 변화에 영향을 줄 요인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그렇게 수업을 하나의 장으로 바라보고 부분 요소들이 긴밀히 연결되고 상호작용하여 전체가 만들어진다고 보았을 때 그 요소들 6가지는 다음과 같다.

출처. 교사의 성장을 돕는 수업코칭, 수업과 성장 연구소


이 요소들은 이렇게 서로 영향을 주며 멈춰있지 않고 수업 안에서 계속해서 긴밀하게 연결되며 수업이 만들어진다.


수업코칭 기본과정에서 내 수업을 나누었을 때, 6가지 관점들을 염두하여 스스로도 찬찬히 깊게 바라보며 크게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상호작용을 고민으로 시작했지만, 영상을 쪼개어 보며 선생님들의 코칭을 통해 교사의 의도와 활동 제안이 일치하지 않아 내가 목표했던 제대로 몰입하는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 기승전결이 있는 서프라이즈 형태의 수업 활동을 디자인하는 것에 힘을 쏟을 수 있었다.

6가지 항목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출처. 수업과 성장연구소


이 모든 요소의 관련성을 모두 탐색하며 수업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모든 요소들의 관련성을 탐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수업자의 현재 수업 고민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배경 탐색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조금은 편안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럼에도 6가지의 요소를 연결시키며 어려운 수업보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수업코칭자는 자신이 아는 것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수업을 바라보기가 쉽기 때문이다. 한쪽 영역에만 편파적으로 시선이 연결되다 보면 수업자의 진정한 고민을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는 6가지 요소들을 마음에 담고 수업을 만난다면 여러 가지 시선에서 뜻밖에 보이는 수업자의 수업 지향점이 보이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6가지의 수업 요소들을 평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공감을 바탕에 두고 6가지 요소를 살피며 수업을 보고 수업자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 알아차림은 수업자의 입장일 때도 굽이굽이 어려운 산을 넘고 넘어서 광명을 만나게 되는 것 같고 수업코칭을 하는 반대의 입장일 때도 똑같이 어렵고 어려운 상황들을 헤쳐 나가야 수업자를 도울 수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어려운 수업 나눔, 수업 알아차림을 그래도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유는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이다. 교사로서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었던 경험, 그것을 나누고 싶은 간절함이 크다. 좋은 것을 그저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언젠가는 학교 안에서 그리고 학교 밖 공동체에서 공감을 바탕에 둔 수업 나눔, 수업 알아차림 활동들이 당연한 일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지금도 수업과 성장 연구소의 신을진 교수님과 많은 선생님들께서는 일선 학교 현장에서 그 노력을 힘써서 하고 계신다. 그 이야기들이 쌓이고 쌓여 수업이 가벼워지고 수업을 사랑하는 교사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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