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나는 그것을 불의라고 생각할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나는 정의로운가?
왜 나는 그것을 불의라 생각하고 그것을 달달 볶아 잡아먹고 싶은 전투력이 생겨나는 걸까?!
올해 초 선배교사들의 밑바닥을 보면서,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여러 명의 능구렁이같이 숨어 있는 본심, 이중적인 얼굴들이 나에게 들켰다. 들킨 마음이 뿌린 흙탕물은 전투력을 잃게 했다. 그들 덕분에 사람이 싫어졌다. 그 들킴이 여러 명이었기에 나에게 더 강하게 와닿았다. 그 와닿음이 삶을 다르게 보게 했다. 나를 성숙해지게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것이 불의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사람의 마음, 세상을 사는 방식일지 모른다.
그런데 분명한 건 겉과 속이 다른 모습, 즉 위선이었다.
그래도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누구나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은 같으니까, 그래도 나에게 들켜버린 위선이 조금은 부끄럽지 않을까? 그렇게 위안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어쩌면 할 힘조차 없는 리더들이 모인 집단 안에서 없는 일을 척척 잘도 만들어 또 제대로 해내는 한 사람은 눈에 가시 였을지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가시가 되어 열정을 다해 숨 쉴 틈 없었던 나의 시간들에 나는 성취감을 느꼈고, 한 뼘 넘게 성장하였다. 내 테두리 안의 동료들에게 지지받고 있음은 견디는 힘이 되었다.
올해 1년 쉼의 기회가 와 학교를 떠나 학교를 바라보니, 작년 한 해 내내 조용히 묵묵했던 학교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뭔가를 하려고 하고 뭔가를 위해 달리고 있음이 느껴졌다. 제대로 보고 달리는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움직인다는 것에 나는 기뻤다. 사실 원래 그렇게 했어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렇게 움직여야 했다. 작년 한 해 내가 했던 일들이 이슈가 된 듯 보였다. 그 안에는 좋지 않은 시선은 많이 그리고 좋은 시선은 조금 담겨있는 듯하다. 그래도 일단은 변화가 보이니, 스스로는 ‘선한 영향력’이라 억지스럽게 믿어보려고 한다.
그 당시, 내가 제안했던 일들에 자기들과는 무관한 듯,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내가 걸어온 모든 시간과 나의 열정에 아무렇게나 돌을 던지고, 꽃을 던진다.
학교가 특성화고이기에 학교 홍보, 신입생 홍보가 어느 사안보다 중요하다. 수없이 많은 일들을 했지만 그중 1년 동안 꾸준하게 내가 힘쓴 부분이 홍보였다.
특성화고 홍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나는 그것을 재학생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우리 학교에, 우리 과를 믿고 입학하여 꿈을 만들어가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그 어떤 활동이나 행사보다 가장 중요하다.
학생들이 하는 수업활동들, 수업에서 만나는 성취감들, 학교생활의 즐거움, 교사와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학교에서 학생들 스스로의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것!
학교가 즐겁고 믿음직러운 재학생들이 학교와 학과 홍보에 일등공신이 될 것이다. 맛집을 검색하고 리뷰를 보고 갈 곳을 선택하듯 그들의 긍정의 이야기는 전해지고 전해져 학과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꿀 것이다.
그러한 교사의 가치관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그 가치관이 교사로서의 역할인 아이들을 만나고, 수업을 하고, 학급을 이끄는 것에 최선을 다할 힘을 만든다.
중심이 없이, 보여주기 식 홍보활동은 절대로 빛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가 너희는 이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한다. 시기와 질투를 담아 던지는 그 말에 우리 선생님들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 나는 그러한 불의에 식어 꺼져가던 전투력이 불타오르고 있다.
분명 자연을 담고 예술을 표현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잘 다스려 내 안을 잘 바라보며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한순간 놓쳤다. 어쩌면 불의가 아닐지라도 내가 불의라 여기는 것에 오늘 흔들리고 말았다.
불의를 보면 왜 이렇게 끓어 오를까?
아무래도 그게 나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