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름 덩굴

푸른잎의 이야기

by 심횬




담장 밖으로 뻗어 뻗어 무성한 숲이다.

작고 큰 손들이 이어지고 이어져 무성한 산이다.


다섯 갈래 이파리는 어찌해야

제 모습이 잘 비칠지 작전을 잘 세워

어느 한 공간에 자리잡고, 어느새 모두가 눈에 담긴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여

5월, 보랏빛 단아한 꽃을 피우고

9월, 속살이 하얀 달콤한 열매를 맺는다.


그 사이의 뜨거운 여름을

서로가 서로를 돌보며 지내온다.


여린 잎은 크고 튼튼한 잎들의

보호 아래 영글어간다.


뜨거운 햇살도, 땅의 마름도

함께 이어지니 견딜만하다.


꽃도, 열매도 없는 푸른 잎들만의

이야기다.


겹쳐지며 무성해진 잎들의 이야기에,

잎들이 만든 그림자에,

여름 정오가 시원해진다.


어느 가지 하나, 어느 잎들 하나

그냥 거기 있는 것이 아니다.


뜨거운 여름과 편안히 잘 만나기 위한

덩굴의 작전이였다.


여름이어서 더 푸르른 으름 덩굴의 오늘이다.

얼마쯤 지나지 않아 달콤하고

시원한 열매가 맺힐 것이니, 푸르르고 뜨거운

오늘을 그저 잘 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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