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가벼움

어쩌면 지금이 가장 가벼운 나이가 아닐까?

by 심횬



오십 중반에 접어든 선배가 이야기한다.


내 나이가 되면 뭐든 조심스러워져.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참게 되고,

안보였던 것이 보이면서 이해가 되는 것도 생기고,

아니, 어쩌면 이해가 되지 않는 건데,

이해하는 척하기도 하고,

억지로 이해해야만 하는 상황도 생기더라.


오십은 외로운 나이더라.

경험이 쌓이니, 일에 속도는 생기지만

더 큰 일들이 맡겨지고, 일에 묻혀 지내다 보니

주변에 사람이 없더라.


어떨 땐, 윗 세대들이 편하기도 해

어린 세대들과 어울림이 어색해져 버렸어.

일을 가르쳐야 하고, 잘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어떤 날은 갑갑하기도 해.


내 나이가 돼보면 알 거야(웃음).


무거운 웃음이었다.

숫자의 크기만큼 무거워지는 게 나이인가 보다.


마흔이 넘은 내 나이가 무겁게 느껴져

자유로움을 갈망하던 어느 날,

선배의 이야기에

이상하게 나를 누르던 모든 무거움이 흩어졌다.


아직은 아닌 것은 아니다!

불의에 불끈거리며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내 나이가 가볍게 느껴졌다.


지금보다 한 겹 더 무거워질 나이가 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지금의 내 눈에 담기는 모든 것과

내 귀에 들어오는 모든 소리와

내 입으로 나가는 목소리에

마흔의 가벼움과 기품과 정의로움을 담아

나만의 삶의 빛을 만들어보려 한다.


오십 중반에 나는 어떨까? 가만히 상상해본다.

잘 빚어진 나만의 빛깔을 나누는 사람이 되는

상상을 해본다.


그럼 좀 가벼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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