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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Sep 13. 2022

마흔 앓이


삶을 좀 아는 것 같아 돌아보니, 정작 나를 모른다

나를 몰랐음이 들키고 나니, 지내온 시간들이 아쉬워

먹먹해지는 마음이 어쩔 줄 몰라 남 탓을 해본다

그게 답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 괜히 그래 본다

어떤 사람이 나일까?

내가 바라던 꿈들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지나온 시간을 되감아봐도 뿌옇게 탁해진 답들이

좀처럼 선명해지지 않는다

선명하게 닦으려고 세상에 새로운 발을 내밀어본다

한발 딛고 두발 딛으려 하자 어깨를 누르는

나여야만 하는 일들이 점점 무게를 더해

더 이상 발을 뗄 수가 없다

그러자 또 내 옆의 무언가를 원망하게 된다

어느 날은 억지스럽게 끼워 맞추어 그것이 답인 양

실컷 쏟고 나면 순간 시원하다가 이내 씁쓸해진다

바쁜 걸음으로 보낸 하루하루가 쌓여

그렇게 일 년이 가고 십 년이 갔다

그 세월 안에 작게 웅크리고 있었던 나를 흔들어

깨워본다

세월에 묻히고 묻혀 스스로 갉아먹었던 나를

다시 채우고 나를 소중하게 세운다

그렇게 마흔을 앓고 있다

단단히 앓고 나면 뿌리부터 튼튼해져

흔들림 없이 단단해질 거다.


괜찮아, 마흔은 다들 그런 거니까.



p.s. 삶이 무거운 모든 마흔에게..

이미지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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