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을 앞두며 설레는 이유
젊은 시절이 무척이나 그립지만, 빛나던 젊음의 기운 대신 가치와 신념이 점점 단단해지는 지금은 든든하다. 열정을 끓어올려 지낸 시절이 부대꼈던지, 올해를 시작하며 ‘열심히 살지 않게 노력하기’를 섣부르게 목표로 정하고 강단 있는 글씨체로 다이어리에 써 내려갔다. 열정이 다 타올라 꺼져버렸던 걸까? 그렇게 정말 남은 교직생활을 지내고 싶었다. 최선을 다했던 삶을 스스로 부정했던 거다.
복직을 앞둔 2월, 취업부장으로 업무를 배정받고 올해의 수업을 계획하며 뒤죽박죽 파일정리부터 시작했다. 아이들의 과제물들을 꺼내어 살펴보며 이상하게도 가슴 한편에서 뭉클함이 올라왔다. 본능적으로 스며드는 이 감정은 교사로서 품고 있었던 가치와 신념이었다.
일 년 새 조금 더 단단해진 그 녀석들이 아주 자연스레 나를 이끌어 가는 듯 시들어가던 나를 움직이게 하고 막막해서 두렵기만 했던 일들에 길을 만들어주는 느낌이었다.
정말 그랬다. 처음 맡는 업무가 두렵지 않게 되었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정말 제대로 배우고, 느끼고, 잘 성장하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첫 발을 딛게 하는 것’, 수업에서의 지향점이 어느새 맡은 업무의 신념으로 자연스레 이어져가고 있었다.
취업부가 아이들에게 해주어야 할 일 년의 과제는 적당한 취업업체를 아이들에게 매칭시켜 취업률 올리기가 아니다. 취업을 몇 프로 보내냐는 연말의 성과 따위에 연연하는 교사답지 못한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지닌 보석을 스스로 발견하게 하고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 그들이 딛는 사회의 첫발에 자신감이란 신을 신겨 내보내고 싶다. 일 년 동안 나는 취업부 선생님들과 그러한 비전을 공유하고 마음을 모아 우리 아이들의 의사소통능력, 공감능력, 협업능력 그리고 리더십, 직업인의 기본적 소양능력, 직무능력을 한 단계
높이는 역량강화 활동에 중점을 두어 그들의 성장을 느끼며 신나고 즐거운 교사 생활을 하고 싶어졌다.
채용업체에서 “제발 학교 아이들 좀 보내주세요”
나의 올해 목표이다.
처음 맡는 업무가 두렵고 답답할 때 불쑥 만들어진 일 년의 계획과 비전은 놀랍게도 단단해진 나의 가치와 신념이 만들어 내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설렌다.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