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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Apr 01. 2023

교실은 썸 타는 중

3월의 학교

교실의 3월은 비교적 고요하고 차분하다. 학생끼리도, 교사와 학생들 사이도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들이 오고 간다. 20년 차가 되니 3월, 아이들과의 탐색 기간이 썸 타는 것 마냥 설레고 즐겁다.


수업의 지향점을  알고  방향대로 수업을 끄니자연스레 아이들과 출렁이게 된다. 교사의 열정과 진심은 언어와 제스처와 피드백등으로 전달된다. 커뮤니케이션과 관계 형성이 신뢰로 쌓여가 어느 날은 서로의 눈에 하트가 뿅뿅하기도 한다.


아직은 여리고 단단하지 못한 고등학교 여학생들에게학교에서 만나는 교사의 존재가 그 아이의 삶에서 얼마나 큰 의미가 될지를 잘 알고 있다. 자신을 지지해 주고, 잘 되게 해 주려는 교사의 마음은 아이를 변화시킨다. 그 응원이 전달되면 하루하루를 견디듯 쓰러져 있는 아이가 어느 날 수업 속으로 들어와 “샘~”하고 나를 부른다. 아이가 이름을 부른 그날 하루는 모든 순간이 즐거우며 에너지가 풀로 장착되어 또 다른 기적을 만들기도 한다.


교실의 3월에 뿌려지는 교사의 에너지가 일 년을 좌지우지함을 알기에 하루하루의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 3월의 썸을 타며 우리는 같은 레시피로 예측하지 못하는 다양한 상황과 마주해야 하기에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변화하고 성장한다.


수업의 레시피를 풀어가는 교실 안에서 그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교사에게는 즐거운 이벤트가 될 수도 있고, 유쾌하지 않은 불청객이 될 수도 있다.


연애시절 썸을 타는 기간 동안 우리는 상대를 설레고 행복한 시선으로 탐색한다. 예측하지 못한 어떤 상황은 즐거운 서프라이즈가 된다.


그동안 나는 3월, 수업 안에서 아이들과 만나며 어떤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을까? 시선이란 것을 주었던 걸까? 그저 수업을 위한 수업을 한 것이 아닐까? 스스로를 되짚어보았다. 수업의 결과물을 쫓아가며 시선을 머물 틈이 없이 달렸던 아찔했던 순간들이 마음에 박혔다.


여유


나에게 필요했던 그것을 찾아내어 교실에서 나는 드디어 시선을 머무르며 아이들과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람의 기운에 따뜻함이 담겨 ‘봄이구나’라고 느낀 올해 처음으로 나는 교실에서 썸 타는 3월을 느꼈다. 마음에서 시선이 나오니, 진심이 전달되어 신뢰로 연결되었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에  뾰족했던 감정들이 유연해지고 스쳐 지나가며 전해지는 서로의 인사에 설렘이 묻어났다.


20년 차에 어쩌면 나는 기적을 만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교가 신나고 즐거워졌다.


수업시간, 모둠주제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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