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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Feb 20. 2022

일일 창업 한번 해볼까?

나는 특성화고등학교 교사입니다.

'2019년 뜨거웠던 여름'

지금 생각해보면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교과활동을

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얼마나 보석 같은 시간들이었는지, 새삼 소중함을 느낀다. 정말 뜨거웠던 2019년 여름에 '이열치열' 우린 열정을 활활 태웠다.  


내가 사랑하는 교과 '시각디자인'

디자인은 사람과 사람을 , 그리고 사회와 사회를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좋은 디자인은 사람과 소통을 해야 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디자인, 그 디자인을 아이들과 함께 연구하고 실제로 선한 영향력을 주는 활동을 하여 아이들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특성화고등학교 교사입니다.'

특성화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성적으로 인해 학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90프로 이상이다. 가끔씩 정말 일찌감치 진로를 정해서 소신을 가지고 입학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이유는 공부를 하기 싫고 취업을 빨리 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분위기가 대체로 가라앉아 있고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낮은 편이라 아이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어느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난처한 상황이 생길 때가 많았다.

‘너희들도 특별한 존재야', '사회에 꼭 필요한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어'라는 이야기는 그저 아이들의 귓가에서 맴돌뿐, 자신의 이야기로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업을 통한 성장'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성공의 경험을, 그리고

높디높은 성취감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수업이 즐거워 몰입하게 되고, 그 몰입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어주기를 바랬다. 나는 매 수업시간마다 나의 이런 생각들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모두는 아니지만 분명 의미가 전달되어 내 수업이 삶의 힘이 되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라 믿고...


'수업의 결과물을 현실화하자'

시각디자인 교과의 프로젝트 주제였던 '나의 창업 브랜드 이야기'는 개별 활동으로 자신의 꿈과 진로를

고민하고, 꿈이 매칭이 된 아이들끼리 모둠이 되어

하나의 창업 브랜드를 네이밍부터 아이덴티티 디자인까지 진행하여 로고, 콘셉트, 색상, 목업, 그리고 패널 작업까지 완성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결과물은 대한민국 디자인 전람회에 출품이

되었고 다수의 모둠이 수상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하였다. 물론 프로젝트 결과물로 교내 전시 행사를 개최하였다.

아이들이 정말 열심히 수업에 전념하였고,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나는 학생들이 들썩거릴 또 다른 무모한 계획을 실행하게 된다.

‘우리 일일 창업해보지 않을래?'  


'점심시간 1시간 백 그릇만 판매합니다.'

일일 창업의 브랜드는 바로 '백그릇' 하루 백 그릇만 판매한다는 프리미엄 팥빙수 브랜드로 팥빙수 개발부터 브랜드 콘셉트 설정, 직원 역할분담, 판매계획, 홍보 포스터 디자인, 일일 매장 디자인 등 정말 재밌고 유쾌하게 우리만의 브랜드를 현실화하였다. 그리고 즐거운 행사날에 우리는 한마음이 되어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였고,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 하나를 저장하였다. 모두 함께

우리만의 브랜드, '백그릇' 프리미엄 팥빙수 브랜드
고퀄리티를 위해 듬뿍듬뿍 담은 우리의 특별 레시피 팥빙수와 아이스티,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우리의 행사는 대성공! 끝이 보이지 않았던 긴 줄, 그리고 한 시간 동안 백 그릇 판매 완료

그날의 열정이 삶의 힘이 되었으려나?

그날 나와 함께 했던 졸업생들은 아직도 팥빙수 이야기를 한다.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덕분에 자기소개서에 쓸 이야기가 많았고 대학 합격할 수 있었다고, 감사인사를 매년 듣는 것 같다. 학기말 업무로 정말 폭풍처럼 바쁜 날들 속에 행사를 기획하고 실천했던 나의 무모함이 이렇게 매년 툭하고 뿌듯함이 되어 돌아온다. 그 뿌듯함이 지치지 않는 열정의 이유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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