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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학교 주인은 누구인가?

수업, 업무 둘 중 무엇이 우선일까?

by 심횬

왜 해가 갈수록 학교는 바빠지는 걸까?

학교 안에 있을 때의 3월은 바쁜지도 모르게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봄날을 맞이했는데,

밖에 있으며 학교를 바라보니 그 치열함이 애달프다.

각종 계획서, 담임업무, 부장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수업은 뒷전이 된다. 퇴근 후 자녀들 케어를 포함하여 각종 집안일을 하고 난 뒤 잠들기 전 한 두 시간 겨우 수업 준비를 할 때가 많다. 다음날이 되면 또 선생님들은 업무에 힘을 더 많이 주며 하루를 견뎌본다. 수업에 미안해지고, 학생들에게 미안해지고. 스스로에게 미안해진다. 늘 수업은 숙제가 되고 그 숙제는 마무리가 안된 상태처럼 느껴져 답답하다.


이쯤 되면 학교에 출근하는 이유는

업무를 하기 위함, 주객이 바뀌었지만 그걸 인지할 겨를이 없다. 그저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며 공문처리를 하고, 수업이 늘 가슴 한편의 짐이지만 애써 외면한다.


학습연구년을 희망하고 올해 연구년의 해를

보내게 된 이유도 이것이었다.

업무과중으로 교사로서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은 일대로 잘하고 싶고, 성취감이 생기며 일에 더 욕심을 부리는 나를 발견했다.

수업의 지향점을 분명하게 잘 알고 있는데,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쏟아내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온전히 다 쓰지 못했다.


충분히 고민해서 진행한 프로젝트에서의 학생들의 호응과 성장의 지점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반면 업무처리로 인해 수업에 구멍이 생기는 날도 있었다. 업무로 인한 회의, 갑작스러운 업무 보고 공문을 작성해야 할 때 등 그런 날의 수업 컨디션은 최악이다.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습시간이 되기도 하고, 한 시간을 그냥 비워야 할 때도 있었다. 분명 자책하고 반성해야 하는데, 내 탓이 아닌 업무 탓을 하며 수업의 공백을 외면한다.


학교의 업무는 학생들과 연결된 일들이 많기 때문에 교사의 업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교무행정사와 같이 학교의 업무를 도와줄 업무 담당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도 했지만, 그것도 어느 범위까지 나눌 수 있을지 막연하다. 2021학년도 학교 공간혁신 업무를 맡았을 때, 학생들과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니즈를 파악해서 설계에 반영하여 공사를 진행해야 했다. 그것은 사실 학생들과 레포 형성이 된 교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업무처리들도 학생들과 연결된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교사가 업무를 맡아서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긴 했다.



이런저런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교사의 본질인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학교 문화가 꼭 필요하다. 바람은 교사가 수업을 깊이 고민하고, 수업을 만족스럽게 연구하고, 수업을 즐겁게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교사의 힘은 바로 수업이기 때문이다.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학교의 3월이 안타깝다. 학교의 주인이 업무가 된 것 마냥 선생님들은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들이 되어야 한다. 학생을 교육하는 곳, 학생들이 성장하는 곳이 학교이다.



업무담당자의 역할 , 행사를 진행하며 아이들의 생각을 나눕니다. 이것도 교사니까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였겠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교사의 모습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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