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걷기를 하다가 만난 즐거운 디자인
초등학교 1학년 된 막내와 등교를 함께 한 뒤
막내의 교문을 통과하는 등굣길 뒷모습을 지켜본 뒤
30분 정도 아침 걷기를 하고자 마음먹은 지
3일째 되는 오늘 아침,
아침 동네 풍경은 어떨까 싶어 산책로가 아닌
상가들이 자리한 보도블럭 길을 선택하여
건물들을 관찰하고 사인물들을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따뜻한 바람이 전하는 촉감을 느끼며 자유를 만끽할 때쯤,
눈앞에 나타난 커피잔 모양의 아이콘들,
그것은 주차선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공감하게 될까?
커피 잔형태로 그려진 주차선이라니.. 커피집 전용 주차장이구나 라는 것을 쉽게 알게 된다.
여기 커피집을 잘 알고 있다.
상가들이 쭉 이어져 있는데 상가들마다 바로 앞쪽에 차 두 세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만이 존재하니
상대적으로 8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이곳,
커피집 전용 주차장에 불청객들이 주차를 자주 했을 것이다. 실랑이도 있었을 것이고 얌체 주차객들로 주인장이 신경을 쓸 일들이 꽤 있었을지 모른다.
나는 속으로 박수를 쳤다.
얌체 주차를 하려다가 적어도 이 선에 그려진 커피잔의 형태를 발견한 사람들은 마음에 양심이 찔려 두 가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끝까지 얌체로 남던지, 아니면 차를 빼던지.
자세히 보니 커피잔 손잡이의 모양이 제각각이다.
커피잔을 그렸을 누군가를 상상해보니 웃음이 피식 난다.
커피잔의 개수가 많음에 투덜대며 그리지 않았을까?
그래서 한쪽에만 손잡이가 있는 그림으로 남은게 아닐까? 디자인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우리 주차장을 지키기 위한 주인의 마음이 모두에게 공감을 주며 주차 문제를 야무지게 해결한
오늘 발견한 굿디자인!
좋은 디자인은 공감 수치가 높아야 한다.
그러면 공감 수치가 높은 사람의
디자인 작품이 굿디자인일까?
그것에 대한 답은 정확하지 않지만
(좀 더 연구해야겠지만)
결과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은
관찰자의 시점에서 파악한 콘셉트 설정이 중요하다. 그 콘셉트에 충실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명료하고 정확하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낸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복합적이고 정신적인 영역이다.
이쯤이면 디자이너라는 사람은 넘치는 아이디어만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문학적, 심리학적 영역들까지 넘나들어야 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범위안에서
디자인을 가르쳐야 할까?
동네 산책 30분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오전 시간이다.
생각은 깊고 긴 연구로 정리될 것이고,
오늘의 결론은 나의 경험으로 알게 된 발견은
'좋은 디자인은 공감 수치가 높아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