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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가치를 디자인하는 일

디자인에 담고 싶은 이야기

by 심횬




지역참여디자인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시청의 디자인과 담당자와 미팅을 하였다. 먼저 미팅을 제안했고, 목적은 앞으로 연구할 주제에 대한 리서치였다. 지난해 기획했던 학생들의 전시회 "짭짤한 마을에서 꿈을 짓다"를 관람 오셨고 학생들의 작품을 보고 감탄을 하시며 지역 신문을 통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주셨던 시청의 디자인 부서였다. 공공디자인 쪽으로 계획을 하고 우리 지역의 디자인을 위해 애쓰시고 계셨다. 학생들과도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함께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예산.

전년도에 활동을 계획하며 신청한 예산이 절반 이상 삭감되어 본예산에 편성이 된다고 하였다. 이유인즉슨, 시의 다양한 필요 활동들을 우선시하고 디자인 부분은 맨 마지막 순서라고 한다.

디자인 담당 부서 역시 구성원의 수와 일의 범위 등이 명확하지 않게 느껴졌다. 지차제에는 반드시 공공 디자인부서가 독립적으로 존재하여 지역민의 편의와 안전, 생활품격 등을 담당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둘러봐야겠지만 내가 속한 지역에서는 문제

해결이 필요한 즉, 디자인 솔루션이 적용되어야 하는 여러 영역들에 대한 총 책임부서가 존재하지 않고,

건축, 공공, 문화, 관광 등의 영역들이 별개로 있으며 각각 스스로 알아서 해결을 하고 있었다. 넉넉하지 않은 예산으로 구색만 겨우 맞추고 있는 느낌이었다.

지역 안에서 디자인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훌륭하게 쓰일 수 있는 수단이다.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고, 도시를 성장시키고, 도시를 홍보하고, 지역민의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키울 수 있는 온 감각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공공의 가치를 키울 수 있는 디자인

앞으로 지자체와 연계된 문화재단이나 관광지, 지역 콘텐츠 개발센터 등을 방문하여 과업의 범위와 솔루션이 필요한 영역을 분석하고 체크하여 프로그램 개발에 활용하고자 한다.

공공디자인이 그저 눈에 보이는 디자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이 필요로 하는, 지역민들의 니즈를 담은 긍정의 변화와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디자인 활동이다.


변화무쌍한 사회참여디자인

2021년 호기롭게 아이들과 사회참여디자인 활동을

하고자 마음을 먹고 지역의 문화재단과 지역의 축제를 협업하여 디자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교사들도, 아이들도 한껏 들떴다.

하지만 문화재단도 학생들과의 협업은 처음이었고,

교사인 나도 하얀 도화지에 막 스케치를 하기 시작한 단계라 어떤 그림이 완성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첫 미팅, 두 번째 미팅, 그리고 위촉장 수여,

세 번째 미팅까지 순조롭고 재밌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축제 캐릭터를 개발하면서 모두의 의견을 통해 만들어진 홍보 캐릭터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이상의 수준으로 그림을 그리는 학생의 이미지가 컨택되었고, 그 그림체는 그 학생의 몫이었기에 한 학생만 캐릭터 스케치와 컴퓨터 작업에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했다. 문제는 그 학생이 그린 것에 대한 수정 요청이

계속 이어지는 바람에 아이도 지치고, 교사인 나도

중간자의 입장에서 우왕좌왕하며 받은 스트레스가

컸다. 그러면서 중간에 문화재단의 담당자가 바뀌고, 축제도 코로나19로 인해 취소가 되어버렸다. 상실감, 그리고 무모하게 시도함에 대한 죄책감에 한동안 큰 프로젝트 수업은 다시는 하지 않을 거라며 회피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캐릭터를 개발중이다. 김아영 作
문화재단과 학생들의 두번째 미팅 모습
유배인을 캐릭터화하고 관련된 지역의 특산물을 함께 소개하는 카드뉴스를 제작하였다. 김아영作
실제 기록된 유배인들을 모티브로 인물의 콘셉트를 설정하고 디자인하였다. 김아영作


그래도 지역참여디자인!

좌충우돌, 고군분투한 우리들의 활동들에 실패와 좌절을 맛보았지만 그래도 나는 사회참여 프로젝트를 개발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을 만들거나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꾸거나 의미 있는 사회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 대단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을 학생들에게 인지시키고 그들의 삶인 자신이 속한 지역 사회 참여 디자인을 실천함으로써, 디자인이 가진 공공의 힘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또한 활동을 통해 그들이 스스로 공동체 속에서 영향력이 있는 존재임을 자각시켜 지역사회 안에서의 책임감과 공동체 의식을 키워주고 싶다.


세상에 줄 수 있는 선한 영향력, 그게 바로 너희들이야

하나의 수업이 아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건 교사가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수업 안에서의 활동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 그것은 교사가 만든 수업의 판에서 학생들이

몰입함으로써 가능해진다.

나의 최선이 세상에 빛이 되는 경험,

그 경험의 힘이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자신감 있게,

그리고 힘차게 발 디딜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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