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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Aug 03. 2023

바나나맛 우유

약속시간 5분 전, 나갈 채비를 마무리하고 신을 신는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가기로 약속하였고, 음.. 아마도 그곳은 극장이었던 것 같다.


"나중에 커서 돈 많이 벌면 꼭 다시 이 집을 살 거야"

어떤 이유였는지 알고 있어 웃음이 나는 그 아이가 전에 살던 집을 지나 계단을 내려갔다.


"짠!"

누군가가 단지모양의 바나나 우유를 내 앞으로 내민다.

어제도, 그제도 그렇게 매일 약속시간보다 10 일찍 만남에 달콤함을  스푼 얹어주는  아이,


사실 나는 바나나맛 우유를 좋아하지 않는다.

인공적인 향이 나면서 색은 노르스름한,

달콤하지만 끈적이는 느낌이 있는 바나나 우유를

굳이 돈을 주고 사지 않는다.

나는 우유를 뜯어 벌컥벌컥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데,

바나나우유는 뜯기도 힘들고 벌컥벌컥 마시기에는 통의 입구가 적합하지 않다.

꼭 빨대를 써야 하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말을 하지 못했다.

키가 큰 그 아이의 큰 손안에 작게 쥐어진 수줍은 바나나 우유의 모습에 그저 웃음이 났다.

20살 첫사랑에게 주고 싶었던 달콤함, 그게 내 기억 속의 바나나맛 우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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