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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Aug 04. 2023

서울구경


“서울 구경할래?” , “응?”

그 아이는 갑자기 두 손을 내 양쪽 귀와 가까운 볼에

대고 번쩍 나를 들어 올렸다.


"악! 이게 무슨 서울구경이야!?!!"


너무너무 아팠다.

진짜 너무너무 아파서 소리를 꽥 질렀다.

두 귀가 얼얼했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아픔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그런데 번쩍 들리는 느낌에 진짜 서울구경을 한듯한 기분은 뭘까?


아팠지만 웃었다. 물론 어이없는 웃음이었다.

그런데 그 웃음이 긍정으로 다가간 걸까?

며칠 뒤 또 서울구경을 시켜주는 거다.

아마도 그 아이는 자기 손에 매달려 동동거리는

내가 즐거워 보였나 보다.


세월의 때가 지금 같았으면 정색을 했겠지만 

스무 살, 세상 경험이 적어 새초롬했던 나는

싫음의 표현을 대충 했을 거다.

그렇게 해도 상대가 알 것이라 또 대충 짐작했을 거다.


아팠지만 아픔의 표현이 전해지지 않았던 그해,

진짜 서울 구경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었던 그해,

그때보다 10kg 무거워진 나는

오늘 진짜 서울을 다녀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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