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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Aug 09. 2023

비락우유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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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툭.


하얀색 액체는 정체는 학교에서 받은 우유 급식

비락우유였다.


‘왜 하필! 지금 이때!!’


 아이집으로 초대받아  듯이 기뻤다.

투스텝을 밟아가며 정말 설레며 그 아이 집으로 갔다.

집으로 들어서는데 이상한 느낌이 났다.

가방 아래에서 뭔가가 뚝뚝 떨어졌고

비릿한 냄새가 났다.


가방을 열었다.

비락우유통이 뭔가에 눌러 찌그러져 있었고

책과 필통이 젖어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너무 기쁜 마음에 당장이라도 그 아이 집으로 달려가고 싶어 가방에 물건을 막 집어넣었던 거다.

그러면서 우유통이 뒤엉켜 무거운 책에 눌린 거였다.

 

‘아! 망신!’


울상으로 머뭇거리자 친구들이 다가와 가방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아이는 아주 적극적이고 합리적으로 가방 안의 물건과 우유를 닦고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은 너무 창피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어른이 되어 생각해 보니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아이의 손이 얼마나 야무지던지… 비락우유가 호강했다 싶다.


그리고 남은 기억의 한 조각, 오목.

그날 처음으로 그 친구 집에서 오목을 배웠다.

처음이니 잘 할리가 없는 나와

초고수였던 그 아이는 상대편이 되어 게임을 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봐주고 또 봐주고, 내가 이길 수 있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정말 기분이 찢어지는 듯 좋았다.

가슴이 콩닥콩닥 설레는 듯,

얼굴로 열기가 훅 달아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첫 설렘과 가장 가깝게 지낼 수 있었던

다시 오지 않을 날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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