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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Aug 15. 2023

입영열차


기차가 부산역에 도착했다. 얼마나 울었을까?

진이  빠져 얼굴은 몽롱해지고 몸에는 힘이 없다.

 눈이 퉁퉁 부어 눈꺼풀이 붙어 겨우 눈을  본다.


옆자리에 그의 친구가 있다.

기차 안에서 내내 우는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꺽꺽 넘어가듯 우는 나를 보며 우리의 마지막을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하필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초록은 빛을 잃고 바람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따뜻한 봄기운에 더운 바람이

더해질 즈음 이별을 이야기했다.


그의 손에는 잠시 뒤 테이블 위에 던져질 곱디고운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이별의 대화와 그의 표정과 나의 마음이 어렴풋해 한 걸음, 두 걸음 앞서 본다.

.

.

.


“나 군대가”


“…….”


“….”


곧 다가올 일이란 걸 예상하고 있었지만, 믿고 싶지 않았다. 마음은 형태가 있던 것이었던가?

‘쿵’하고 마음의 어떤 형태가 한참을 어디론가 내려가 매일이 슬픔이었다.

매일 그런 날들을 아쉬워하며 보냈고, 우리는 훈련소로 가는 열차를 탔다. 이제 제자리로 마음의 형태가 다시 자리를 잡았고, 의연하게  보내고  작정이었다.


기차는 시간을 태워 빠른 속도로 목적지로 갔다.  

목적지에서 덤덤하게 인사를 하고 그를 보냈다.


훈련소에 모인 모자를 꾹 눌러쓴 많은 사람들 속에서 모습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그곳에는 동산같이 높은 곳에 있었는데 그는 그곳을 지나며 뒤돌아서 모자를 벗고 덤덤하게 손을 천천히 흔들었다.


해를 등진 그의 어두운 실루엣 덕분에 손끝의 느낌까지 모두 전해졌다.  ‘걱정과 아련함’


그때 다시 마음의 어떤 형태가 ‘쿵’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떨어지며 눈물샘을 흔들었나 보다.


돌아오는 길, 내내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만큼의 눈물을 쏟아 내었다. 마음과 몸에 모든 기운이 빠져나간 듯

했지만, 마치 스위치를 켜는 것처럼 손을 흔들던 그 모습이 떠오르면 다시 눈물이 나왔다.


다음 날부터 나는 바나나맛 우유를 손에 쥔 그를 만날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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