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스무 살의 빛남은
풋풋함 그 자체로 빛이 났는데…
굽이 높고 앞이 뾰족한 날씬이 구두를 신어야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머리스타일, 자세, 옷매무새까지 신경을 쓰느라 잔뜩 몸에 힘을 주어 다녔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학교 앞 횡단보도가 꽤 길어 초록불이 되면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건너곤 했다.
그날은 긴치마에 굽이 얄삽한 빨간 구두를 신고
횡단보도 앞에 섰다.
“초록불이다. “
친구들과 함께 재바른 걸음으로 또각또각, 또각또각
“헙, 악!”
오른쪽 구두굽이 맨홀 뚜껑 구멍에 딱 맞게 걸려
구두가 벗겨졌고 구두 앞이 발등을 세게 스치며 짜릿한 아픔을 주었다.
친구와 팔짱을 끼고 걸으며 친구의 이끔과 빠른 걸음 속도로 인해 두세 걸음을 맨발로 걷고 있었다.
아픔보다 더 아픈 부끄러움에, 언제 바뀔지 모를
빨간 신호등의 다급함에 얼른 달려가 구두굽을 빼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스무 살의 차오른 탱탱한 볼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구두를 겨우 빼내어 신고, 아프지 않은 척 걸으며, 마음속으로 외쳤다.
‘이건 꿈이야‘
한 번씩 내 발등을 보면 그날의 신체적, 정신적 아픔이
떠오른다. 그때마다 그 시절의 감정들로 마음이 채워진다.
지금은 신지 않는 굽이 얄삽한 뾰족구두,
내일 한번 신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