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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Oct 16. 2023

서울대 특급 수위 아저씨

1998년 5월 00 고등학교 앞


서울대 특급 수위 아저씨

그때 우린 왜 그렇게 불렀을까?

학생부장선생님 다음으로 학교 안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수위아저씨였다.


정말 두려웠다. 아저씨 앞을 지나갈 때면 잘못한 게 없는데도 몸이 움찔움찔했다.


사건은 5월 어느 날, 엄마가 싸준 두 개의 도시락을 하나는 아침 시간에, 또 하나는 점심시간에 친구와 함께 맛있게 먹고 나니, 야간 자율학습까지 (당시 밤 10시까지) 배가 고파 견디기 힘들다는 예상을 하고, 단짝 친구와 학교 앞 분식집에 가야겠다는 작전을 세웠다.


그 당시 그런 이유로 선생님께 외출증을 받으러 가는 일은 상상할 수 없었다.


우리는 수위아저씨의 눈을 피해 교문을 뛰어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마침 아저씨는 경비실 안에도, 그 근처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이야”


그 당시 학교 안에서는 천으로 된(바닥은 인조가죽) 까만색 덧신을 신었는데, 그 덧신을 신고 우리는 뒤도 보지 않고 뛰었다.


그런데… 분명 주변에 안 계셨던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며 빛의 속도로 우리를 잡으러 뛰어 오는 게 아니겠는가?!


나는 깜짝 놀라 주차되어 있던 트럭 옆쪽으로 숨었고,

다행히 아저씨에게 발각되지 않았다.


두근두근한 가슴을 진정시키고 숨을 고르고 목을 쭉 빼서 학교 교문 쪽을 보고 나서 또 가슴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친구의 귀를 잡고 학교 안으로 친구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잘 걸렸다며 기새 등등한 아저씨의 뒷모습과 아파하는 친구의 뒷모습에 나의 갈등은 시작되었다.


‘나도 곧 장 들어가서 자백을 해야 할까?’

‘조금 있다 모른 척 당당하게 교문 앞을 통과해 버릴까?’


내 선택은 교문 앞은 모른 척, 선생님께 자백이었다.

도저히 서울대 특급 수위 아저씨에게 내가 두 명 중 한 사람이요.라고 할 수 없었다.


선생님께 큰 야단을 맞았지만, 그 이후 나는 교문 앞을 지날 때마다 따끔거리는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이고 지나가야 했다.


‘아저씨는 어디선가 건강하게 잘 계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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