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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Nov 04. 2023

건강검진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을 아직 하지 않았다.

아직 하지 않았음을 입 밖으로 꺼내면 모두가 놀란다. 괜히 두려웠다. 검사를 위해 수면 마취를 해야 함도,

검사를 위한 기구가 내 안으로 침범하는 것도

유쾌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특별히 아픈 곳이 없었기에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까지 왔다. 그리고 우리는 여성이기에 6개월, 혹은 1년을 주기로 두 가지 검사를 더 해야 한다.


자궁 검진을 5년 동안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하지 않음과 못함 두 가지가 공존했다. 꽃무늬 치마를 입고 양다리를 의자에 달려 있는 다리받침에 두고 다리를 벌려 앉아 검사용 기구가 내 안으로 침범하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게다가 왠지 혹이 두세 개 많게는 다섯 개 이상 발견될 것만 같은 불안감이 검사를 미루게 했다.

그랬다. 이상하게도 내 자궁 안에, 혹은 난소에, 유방에 혹이 있을 것 같은 그런 불길하고 불편한 생각들이 늘 우리를 괴롭힌다.


오늘 5년 만에 자궁검사를 했다. 끔찍하게 싫은 검사를 하며 의사 선생님의 말에 귀를 쫑긋했다. 불안한 마음을 꾹 누르고, 침착하게 마음의 준비를 했다. ‘어떤 이야기를 듣더라도 잘 헤쳐나갈 수 있어.’

그동안 먹었던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이 떠오르고, 늦은 밤까지 일에 매달려 나를 돌보지 않았음이 불안감을 더 키웠다.


“깨끗합니다.”


그 말을 분명히 들었는데도 계속해서 의심을 한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되물었다.


“선생님, 저 정말 괜찮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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