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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냥 하루

공중전화

된다.

by 심횬

매일 지나다니는 길, 한쪽 벽면에 붙어 있던 공중전화의 존재를 이제야 발견했다. 그러지 않기로 나와 약속했건만, 또 바쁜 걸음으로 앞만 보고 다녔다는 이야기다.


공중전화는 오늘 아침에서야 나에게 존재가 되었다. 한참을 바라보다 작동이 될까? 싶어 수화기를 드니

작동이 된다. 된다.


그런데 공중전화 카드도… 100원짜리 동전도 없다.

있으면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1997년, 여름이 가까워지는 어느 하루, 공중전화 뒤로 긴 줄이 이어졌다. 손에는 자그마한 삐삐를 들고, 살구 빛 볼을 한 들뜬 표정의 소녀들이 제 차례가 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내 차례다.


“호출은 1번, 음성메시지는 2번을 눌러주세요.”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당신께 드릴 말이 있어요

지금껏 날 지켜준 당신에게 난

나의 마음을 숨긴 채

웃어야 했죠

무너진 내 모습 그대 볼까 봐

겉으로 자신 있는 모습으로

난 지켜준 당신 앞에

웃고 있었죠.


Memories 다. 삐삐호출번호 1004.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공중전화 앞, 그날의 햇살,

그리고 음악 메시지.


100원이 있으면 그날,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여기 이곳도 그 시절, 수줍은 여학생들의 긴 줄이 이어졌겠지?


짧은 찰나에 여러 생각이 스치며 내 아침이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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