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얏” 오늘은 정신없이 학생에게 뭔가를 설명하며 끝에 있는 종이를 집으려다 그만 의자에서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이들이 깜짝 놀라 “선생님, 괜찮으세요?”
꽤나 아팠다. 마흔 중반에 엉덩방아라니.. 그 아픔 따위는 빨리 잊어야 했다. 주렁주렁해야 할 일들이 끝이 없이 줄 서 있다. 빨리 아픔을 잊으려 엉덩이를 주물렀다. 왠지 이상한 사람이 된 듯해 멈추고 탁상 위 달력을 보았다. ‘뭐, 12월 18일이라고!’ 이상했다. 12월 1일부터 17일은 통째로 삭제된 듯, 누군가가 내 12월을 뜨겁게 만들려 작정한 듯, 그렇게 합리적인 의심을 하며 마치 콩쥐가 된 듯 해 새엄마가 누군지 찾는다.
교사의 12월, 8시 30분 출근해 가방을 걸어두고 책상 위를 본다. 책상 꼴이 말이 아니다. 뒤죽박죽 서류들, 어제 하다 못 끝낸 일들, 그리고 미처 씻지 못한 커피잔, 대충 눈을 감고 일을 시작한다. 수업시간을 제외하면 업무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세네 시간 정도, 그 시간 동안 폭풍집중을 해야 쌓여 있는 일을 어느 정도 없앨 수 있다.
여기서 궁금할 것이다. 교사에게는 무슨 일이 그렇게 많아서 정신없이 엉덩방아까지 찧는 걸까?
우리의 일들, 가장 기억에 선명한 오늘 일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1. 2학년 수행평가 채점과 입력(2시간 소요)
2. 교과세특 누가기록 쓰기(40명, 이중 15명 기록, 50분 소요)
3. 교사 다면평가지, 자기 실적평가서 작성 및 제출(20분 소요)
4. 2학년 특강 관련 프로그램 운영 예산 기안 올리기
그 사이 결재 3건 진행 (30분 소요)
5. 수행평가 학생 확인, 사인받아 연구부로 제출 (20분 소요)
6. 수업 3시간 진행(숨 쉴 수 있는 시간)
7. 26일 설명회 관련 담당자 협의, 교장선생님께 전달, 다시 협의, 전달, 장소 결정함 (하루종일 띄엄띄엄)
8. 행정실 연락, 추경 관련 내일 아침에 할 일 접수함 (10분 소요)
점심 먹고, 중간중간 커피 내리고, 화장실 다녀온 시간들 합하면 얼추 8시간… 중요한 건 할 일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 그저 오늘 꼭 해야 했을 일들을 겨우 쳐내며 하루를 아등바등 보냈다.
이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2월을 보내는 모든 교사들의 이야기다.
다행히 내일 아침에는 아무 생각하지 않고 곧장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부터 하고 나머지는 다시 생각하면 된다.
내일이 12월 19일임이 이 추위만큼이나 스산스럽다.
-방학이 오는 게 무서운 교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