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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게 방학은?

by 심횬


업무에 치여 생기부(생활기록부)의 늪에 허우적대며 방학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12월, 방학이 오면 나는 무엇이 하고 싶었던 걸까?


산책… 마음껏 아침 산책을 하고 싶었다.

나를 돌아보고 돌보고 싶었다.


여행… 나를 위한 여행을 하고 싶었다.

이 또한 나를 돌아보고 돌보고 싶은 이유였다.


힘을 많이 뺀 2023년이었지만, 남은 힘도 마저 빼고 가벼운 방학을 보내며 충전하고 싶었다.


하고 싶은 것을 실천하는 것이 이만큼 어려운 때가 있었던가? ‘삶의 가치’란 것의 힘이 더 컸나 보다.


삶의 가치인 나누는 삶에 몰입되어 에너지를 쏟고 나니 개학이 코앞이다. 거기다 에너지 방전으로 이틀 앓고 나니 이틀 뒤 개학이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의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삶의 가치와 깨달음 사이에서 흔들렸다.

삶의 가치는 성장과 나눔, 깨달음은 나를 돌보는 것, 둘의 괴리는 컸고 맞닿는 지점이 적었다. 삶이 이토록 다양하게 풍요로운 적이 없었다.


개학을 앞두고 나는 한 단계 성장한 나를 발견한다. 짧은 시간에 비해 큰 성장이다. 그만큼의 보이지 않는 애씀이 있었다. 돌봄에 대한 아쉬움은 그득하다.


그래서 개학 후 목표는 애씀까지 돌보는 사람이다. 그것을 위해 애써보련다. 애씀의 뒤에는 그림자가 생긴다. 애씀의 결과물은 반짝반짝 빛이 나지만 그 과정에 쓰인 노력에는 한 사람의 시간과 열정과 마음과 신체의 많은 부분이 담겨 있다. 그것들이 닳고 닳아 결과가 되는 것이니…,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


애씀의 그림자까지 잘 달래어 양지로 가지고 와 그것마저 아름답게 만드는 것.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또 다르게 성장할 것 같다.


두 달 방학 동안 애씀의 그림자는 신체의 반응으로 나타났다. 아직 온전하지 않은 몸의 컨디션을 마음으로 다스려 보려 글을 두드린다.


그래.. 글은 얼마나 든든한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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