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오늘 학교의 첫 시작은 누구였을까? 상상해 본다. 하루를 남들보다 일찍 시작한 학생일까? 밤잠을 설친 선생님일까? 언제나 든든한 지킴이 선생님일까?
해가 뜰 무렵 어스름한 빛깔의 공기를 뚫고 분명 누군가는 일찍 학교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것을 포문으로 재잘재잘 아이들의 소리가 학교 안을 서서히 채우며 드디어 학교는 안도한다. 살아 있음을 느낀 것이다.
학교는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꾹꾹 밟는 발걸음의 무게에 신이 난다.
신이 난 들썩거림에 어느새 봄꽃이 피기 시작한다.
봄꽃은 아이들의 웃음이다.
웃음이 쌓이고 쌓여 어느새 봄꽃은 만개하고
봄꽃비를 맞으며 아이들은 행복해한다.
내 수업이 그랬으면 한다.
들썩거리고 웃으며 행복한 수업, 오리엔테이션으로 첫 만남을 한 2학년 아이들은 수업 시간 동안 참 많이 웃기도 했다. 활동 수업 사이사이 오랜만에 학교 안에서 만난 친구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좋은지 눈만 마주치면 웃는 친구들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수업 안에서 배움이 일어나며 그 배움으로 즐거웠으면 했다.
배움이 즐겁다는 건 무엇일까? 올해 내가 만나는 아이들에게는 어떤 배움이 필요할까? 방학 내내 고민을 하다가 어렴풋한 답의 끝을 붙잡고 개학을 했다.
살짝 벗겨내면 보일듯한 그 답을 이번주에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활동의 수준을 살피며 풀어야 한다.
첫 만남의 한주는 그래서 소중하다. 답을 찾을 수 있는 시간, 나에게도 즐거운 배움의 시간이다.
바로 아이들을 배우는 시간, 문제를 완벽히 풀기 위해 이번 주말에는 아이디어 발상과 기획으로 시간을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시간을 쓰지 않으면 원하는 수업의 그림이 나오지 않을 거란 것도 잘 알고 있다. 공을 들이면 들일 수록 수업이 편안해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 밤도 무척이나 길 것 같다.
내일은 어떤 공기의 결 안에서 아이들과 호흡하며 어떤 에너지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3월 첫날 학교는 모든 이들에게 편안하지만은 않다. 새롭게 만난 친구들, 신입생들, 새로 전입해 온 선생님들, 그리고 새로운 업무와, 새로운 수업, 새로움에는 설렘보다 더 큰 적응의 불편함이 있다.
아슬아슬하고 쭈뼛쭈뼛하다. 오늘 내 앞에서 식사를 하셨던 전입해 온 선생님의 젓가락이 그랬다.
봄꽃이 빨리 피었으면 좋겠다. 지난해 떨어지는 꽃비를 맞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그때쯤이면 모두가 편안해져 또 다른 맛의 하루를 보내겠지, 그리고 그때쯤 아이들이 수업에 폭 빠져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