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기반, 여기서 기반이라는 것에 힘을 주어야 한다. 에듀테크는 수업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학습자의 참여를 이끌고 학습자의 배움에 디딤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에듀테크를 잘 모르는 99학번 교사다. 배움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물론 기본적인 패들렛이나 멘티미터, 카훗 정도는 활용을 해보기는 했지만 누군가에게 방법을 설명할 만큼은 아니니 그냥 감으로 클릭하며 사용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겨울방학 중 연수를 통해 알게 된 코파일럿과 뤼튼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이번학기 캐릭터 디자인 프로젝트 수업에 활용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할 활동을 구상하여 바로, 오늘! 실행해 보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 AI를 활용하는 수업에서 교사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겠다.", 여기서 "아!"의 추임새는 교사가 자칫 잘못 방향을 잡거나 포인트를 놓친다면 아이들이 잘못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라는 두려움이었다.
생성형 AI를 수업시간에서 처음 접해본 아이들이 신이 났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코파일럿을 이용하여 음악을 만드는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아무렇게나 따라 하기식 수업을 지향하지 않기 때문에 한 학기 수업의 방향을 소개하며 활동까지 연결시켰다.
내 삶을 디자인하는 수업,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수업을 목표로 하여 선생님은 한결같이 귀하게 수업하겠노라 아이들에게 전했다. "한결같이", "귀하게", 이것은 일 년 동안 마음에 품고 아이들과 만나는 수업의 결이고 싶었다.
그리고 공동주도성을 키우는 수업의 프로젝트 이름을 "같이 내리게"로 설명하며 내 삶, 우리의 삶, 함께하는 삶을 고민하여 같이 '가치 있는 삶'을 만드는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내 언어로 전달했다. 아이들이 이해를 했을까? 중간에 물음표가 떴기에 뒤에 공동주도성을 충분하게 설명하였다.
그리고 오리엔테이션 시간에는 늘 나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이번에는 생성형 AI를 활동에 녹여내고 싶었다. 처음 시도라 분명히 시행착오를 예상했지만 기대감도 컸다. 아이들의 반응과 깨달음, 그리고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를 상상하며 방향을 설정했다. 따라 하기식으로 해보는 것이 싫어 아이들에게 한글파일형태의 활동지를 제공했다. 강점에 대한 예시어를 제공하고 자신의 강점을 찾아서 두줄이상의 문장으로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어 작성하게 했다. 그리고 그것을 코파일럿의 Suno AI를 이용하여 음악을 만드는 명령어를 적도록 했다. 곧장 작성하지 않도록 한 이유는 생각을 할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함이었다. 저렇게 많은 예시어를 보며 자신의 강점을 찾는 것에 한참을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의 강점을 담은 노래는 Suno AI를 통해 만들어졌다. 아이들의 눈은 번쩍 뜨였고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이들의 노래들을 패들렛에 올리도록 안내했고 그곳에 모인 노래들이 제법 퀄리티가 좋았고 특히 매우 구체적으로 작성한 친구의 음악과 짧은 문장으로 작성한 친구의 음악이 수준차이를 보여 비교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림을 생성하는 활동은 시간이 부족할 듯하여 교사가시범으로 제작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이들의 흥미와 몰입도는 점점 높아졌다. 이제 한 학기 동안 진행할 사회참여디자인에 대한 내용을 교사가 제시하는 질문을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월드카페토론을 할 시간! 호스트 역할(서기 및 안내)을 할 친구 4명을 지원받았고 친구들에게 질문지를 하나씩 뽑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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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카페토론이란?
주어진 질문이나 과제에 대해 여러 사람이 함께 의견을 나누며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공유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토론 방식으로 주제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며 새로운 결론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동을 하면서 토론한다.
호스트가 존재한다.
생각을 공유한다.
그리고 질문의 해결에 코파일럿이나 뤼튼을 활용할 수 있다고만 제시했다. 나는 아이들의 그다음 액션이 궁금했다. 활용을 어떻게 할지가 궁금했다. 모둠별로 아이들의 반응이 너무 달랐고 거기서 나의 예상은 깨졌다.
첫 번째 모둠은 먼저 생각을 나누고 PC로 가서 코파일럿의 의견을 보고 질문에 대한 답을 도출하였다. 두 번째 모둠은 바로 PC로 가서 코파일럿의 긴 의견을 보고는 그것을 짧게 정리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작성했다. 세 번째 모둠도 바로 PC로 가서 코파일럿의 긴 의견을 모둠 안에서 정리해서 답을 만들었고 네 번째 모둠은 우리 생각을 적을 거야 라며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이렇게 다채롭다니... 그리고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두 번째 모둠 친구들은 그대로 받아 적으며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질문에 대한 답은 자신의 모둠이 작성한 것이 맞는지, 아닌지를 헷갈려했다. "아뿔싸"
그리고 AI가 답을 해준 내용을 그대로 적은 글에는 생각의 힘이 빠져 있었다. 글자마저 힘이 없이 흔들리게 느껴졌다. 이게 바로 사람의 힘이구나, 이게 바로 생각의 힘이구나를 짧은 순간 정말 깊이 알게 되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답변을 전달하며 생각이 담긴 답인지 아닌지가 구별되는지 질문하였고, 그곳에 있는 우리 전부는 생각이 가지는 힘에 대하여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에듀테크기반 수업을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잘 활용하는 방법을, 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이 한 학기동안 하는 수업 활동 안에서 생각이 빠진 글에는 점수를 줄 수 없어. 그리고 AI가 작성해 준 글(캐릭터 스토리, 콘셉트 설정 등에 활용할 예정)을 그대로 사용할 시 수행평가 점수는 빵점이야"
"생성형 AI를 현명하게 잘 활용하면 훨씬 더 프로젝트 과정이 풍요로워지고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해"
그리고 마지막 PPT를 보여주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교사의 역할에 뭔가 +++된 느낌이다. 오늘의 가장 큰 성장지점은 교사인 나의 배움이다. 아이들은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며 놀라워하고 흥미로워하고 그것에 100프로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여기서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과 그것을 지혜롭게 자신의 앎으로 이끌어내는 것, 교사는 그것을 안내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 수업은 분명 오늘처럼 나의 예상 그림과 다르게 흘러갈 것임을 예상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만나게 될 배움과 예측불가능한 장면들이 마주하면 설렘이 될 거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