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아침 조례 시간 문을 열고 들어가 빈자리를 보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등교하지 않은 아이에게 전화를 해야 하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기초조사서를 꺼내어 학부모님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어야 한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문자를 남기고 10분쯤 뒤 다시 전화를 한다. 겨우 통화를 했다. 휴... 전화번호를 저장한다. 내일 아침에도 확인전화를 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의도하지 않은 소리가 내 안에서 나온다. “끙끙"
다행히 1교시는 수업이 없다. 연락 없이 등교하지 않은 아이의 상황 확인을 위해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계속해서 실랑이를 한 기분이다. 뒤늦게 메신저를 켜니 3월의 각종 계획서를 제출해 달라는 메신저 폭탄이다. 날짜들을 체크하며 가장 급한 건부터 처리한다. 몇 타자 안친 것 같은데 벌써 종이 친다. 어젯밤 겨우 준비한 수업 활동지를 챙겨 교실로 향한다. 완벽한 수업준비를 못한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해온다. 수업의 그림을 그려도 선명하지 않아 일단 부딪혀 보기로 한다.
다행히 수업의 온도는 맑음,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걸음이 가볍다. 교사가 천직인가, 룰루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아침과 마음의 온도차가 이렇듯 다르니 환절기 같은 마음의 걸음에 반나절이 이틀만큼이나 길게 느껴진다.
“끙끙”
오후, 담임회의, 업무회의가 릴레이 바통을 이어주듯 줄 줄이다. 회의를 하면 뭐가 생길까? 할 일이 생긴다.
분명 일이 높이를 깎아두었는데 또 높아져있다.
육아와 살림으로 오롯이 쉴 수 없는 저녁시간이 다가옴이 달갑지만은 않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비싼 액상 비타민을 주문했다. 먹지 않은 비타민이 이미 흡수된 것 마냥 마음이 든든해졌다.
퇴근길, 카톡알람이 뜬다.
“선생님, 오늘 수업 너무 의미 있었어요. 앞으로가 기대돼요”
마음의 비타민, 카톡을 예상한 든든함이었나 보다.
교사의 힘은 수업이 아니라 아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