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나 자신과 잘 지내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나는 멀리 던져두고 타인과 잘 지내려 애쓴다. 젊은 날일 때
는 더 많이 타인과의 관계로 힘들어하고 관계를 위해 시간을 쓰고 마음을 쏟았다. 세월 안에 흘러가며 알게 된다. 모든 관계에 노력이 필요하듯, 나와의 관계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쩌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와 매일 함께 한 단 한 사람,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는 단 한 사람, 그것은 바로 나이다.
나라는 사람은 나와 너무 가까운 공기와도 같은 사이이기 때문에 관계가 어떤지 잘 모른다.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모르고 있을 때가 많다. 그럴 때는 괜히 답답해지고 마음이 먹먹하지기도 한다.
계속해서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나를 불편하게 하고 불안하게 한다.
어쩌면 우리는 나를 위한 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산다. 그저 하루의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 나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내 정서를 돌보지 않고 내 신체를 혹사시킨다.
나를 챙기지 못하고 뒷전을 둘 때 많다. 타인에게는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데 나는 누군가와 비교하고 비난할 때가 많다. 내 마음 목소리는 너무나도 익숙하기 때문에 모르고 살아가기도 한다.
누구나 온종일 한 사람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눈다. 그 상대는 바로 자신이다. 그 대화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 선택을 하고 감정의 결이 결정되기도 한다.
우리가 자신과 주고받는 말들은 세상과 만나 세상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자기와의 대화가 부정적이면 세상을 보는 시선도 부정적이게 된다.
모든 관계의 시작은 나 자신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나와 잘 만나고 나에게 충분히 애를 쓰고 내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나의 요구를 들여다보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면 단단한 내가 될 수 있고, 그 단단함이 타인과의 관계를 편안하게 만들 것이다.
세월을 꾹꾹 밟으며 알게 된 것이 있다. 나에게 잘하는 것은 어쩌면 연습이 필요한 일이란 것을, 그리고 의식하지 않으면 소중한 나에게서 멀어지기 쉽다. 내가 가치 있게 여기는 일이 무엇인지, 나를 함박웃음 짓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사람과 같이 있을 때 편안하게 느끼는지를 눈여겨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나에게 하는 마음의 말 태도는 언제나 다정해야 한다. 그것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교사로 잘 살아가는 법도 매한가지다. 교사인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교사로서의 나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내 안의 신념을 발견하고 철학을 단단히 세워야 한다. 그것이 행복한 교사로 잘 살아가는 방법이다. 교사로서의 내가 보이면 그다음은 쉽다. 내가 가치 있게 여기는 교육, 나를 함박웃음 짓게 만드는 학교에서의 그 무엇, 나를 편안하게 하는 동료와 학생들의 관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3월의 학교는 이제 3일이 지나갔는데 한 달쯤 지나간 느낌이다.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업무와 새로운 아이들과의 만남들, 그리고 관계에서의 애씀.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 안에서 한 번쯤 돌아보자. 나는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나는 나에게 애쓰고 있을까? 나를 돌보기 시작하면 그 어떤 험한 일들을 가볍게 털어낼 수 있다. 그리고 마음먹으면 그 마음대로 나를 이끌 수 있게 된다. 나에게는 믿음직한,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백인 내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