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요소(점, 선, 면) 이해하기
칸딘스키를 수업으로 불러왔어요.
기초디자인 교과 ‘디자인의 요소’ 단원의 수업을 기획하며 점, 선, 면이라는 기초적이면서도 이론적 개념 정립이 모호한 세 가지 요소를 경험으로 만날 수 있도록수업을 디자인하였다.
그 수업안으로 추상미술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바실리 칸딘스키의 이야기를 데리고 왔다.
20세기 초 작가의 내부 표현을 중요시했던 바실리 칸딘스키는 표현주의를 기초로 하면서 색채의 상징적 의미를 강조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는 그것을 즉흥이라고 불렀다. 칸딘스키의 즉흥 연작은 순간순간의 감정에 의존하여 그려지는 그림으로 1910년대 즉흥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추상미술을 개척하였다. 20세기의 표현적 추상미술은 칸딘스키의 정신적 목표이기도 했다. 미술에서 형태를 추상화해나가면 구, 원기둥, 원뿔 같은 기하학적 도형이 되고 종국에는 점, 선, 면들을 분해된다. 거기에 순수한 색채가 남을 것이다. [발췌] 추상, 세상을 뒤집다.
칸딘스키는 현대 추상회화의 아버지로, 보이는 것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각으로 탄생한 작품을 추구하였으며 오직 점, 선, 면으로 그의 캔버스가 채워져 있다. 즉, 직선과 곡선, 점과 면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대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색채만으로도 경이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특히, 음악이 자연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흉내 내지 않고 훌륭한 예술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미술도 자연을 그대로 흉내 내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고민하며 때때로 음악을 들으며 이미지를 떠올리며 표현하였다.
그리고 점, 선, 면 그리고 그것을 아우르는 색채만으로도 예술가가 느낀 감흥을 전달하는 데 충분하다고 이야기하였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가장 간단한 도구로 표현하는 것 , 그것이 예술의 본질이다.
모든 것은 점으로부터 시작한다.
점 : 점은 작지만 확장되기도 하고 때로는 형태가 일그러지기도 한다. 가장 간결하지만 다양한 형태로 그릴 수 있다. 화가의 감정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담아낼 수 있다. 선: 화가가 생각하는 방향성과 힘을 그려내는 도구이다. 직선이거나 곡선일 때, 상승이냐 하강이냐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담아낼 수 있다. 면: 평면은 그 형태와 색, 각도에 따라 정서나 무게를 담아낼 수 있다. [출처] 유튜브'예술의 이유'
예술가는 그의 눈뿐만이 아닌 영혼을
훈련해야 한다.
칸딘스키가 영혼의 음악을 작품에 담은 것과 같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그의 예술의 사유를 담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발견한 것은
"세계 명작 동화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성냥팔이 소녀,
오즈의 마법사, 헨젤과 그레텔
아이들에게 칸딘스키의 이야기와 디자인의 요소에 대한 이론적 내용이 배경지식으로 먼저 전달된다.
선생님이 어떤 활동을 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리고 나는 세계 명작 동화책을 보조가방에서 쓱 꺼내어 든다. 아이들의 함성소리 그리고 반가운 듯 아닌듯한 각양각색의 반응들, 나는 이런 소통이 참 좋다.
3~4명씩 모둠을 만들어 모둠장을 선정하였다. 내 수업에서는 모둠장은 애씀을 잘 보상받는 것을 알기에 서로 하겠다고 하여 보통은 가위바위보로 정해진다. 우선 모둠원들끼리 동화책을 무엇을 할지 의논한다. 1순위와 차선을 정해서 모둠장들이 가위바위보로 동화책을 선정하였다. 이긴 모둠 아이들의 함성소리는 수업의 에너지가 된다. 나는 이때가 제일 신난다.
교사가 신남은 아이들에게도 전염된다.
그리고 가장 오글거리지만 가장 아이들이 잘하는 활동이 시작된다. 돌아가며 동화책 읽어주기!
이때 나는 어릴 적 엄마를 상상해보자고 이야기한다. 힘들겠지만 한 문장만 잘 읽으면 술술 읽힐 거라고, 그리고 또박또박하게 잘 전달해서 모둠원 모두가 이야기를 이해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때 교사는 멀뚱멀뚱하면 안 된다. 아이들을 잘 관찰해야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들이 글을 너무 예쁘게 읽고 잘 전달한다. 그런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재능이기 때문에, 잘 기록해두어야 한다.
이제, 동화책 내용의 기, 승, 전, 결의 내용을 구성한다. 주요 사건 위주로 구성하여 모둠원들끼리 역할을 나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칸딘스키가 되어 우리의 내면에 담긴 동화의 세계를 점, 선, 면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점, 선, 면을 다양한 면적과 방향으로 , 그리고 색에도 의미를 담아 나의 감흥을, 동화의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다. 아주 간단한 작업이지만 여기서도 아이들의 성향과 작은 강점들이 발견된다.
색감을 잘 쓰는 아이들, 꼼꼼하게 형태를 잘 오려내는 아이들, 구성을 감각적으로 하는 아이들, 그리고 깔끔하게 잘 붙이는 아이들, 마찬가지로 교사는 작업용 음악을 틀어주고 아이들을 잘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각 반에 두 세명의 아이들은 활동을 어려워한다. 그 아이들에 대한 이끌어줌이 필수이다.
모둠활동이기에 그 역할까지 모둠장에게 맡길 수는 없다. 교사가 해야 한다.
작업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이제 교사는 각 모둠장을 모은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작업이 끝나면 모둠장은 동화책의 스토리를 전체에 읽어줄 거야 그리고 우리는 작품을 가지고 나와서 기, 승, 전, 결의 순서를 속일 거야. 무슨 말이냐면 순서가 뒤죽박죽인 작품을 앞에 들고 나오면 이야기 순서를 친구들이 맞추는 활동을 해볼 거야. 물론 맞추는 학생은 달고나 사탕 증정이지~!"
"샘! 우리가 속이는 거네요."
"우와 재밌겠다"
"야야야" "쉿! 조용"
"얘들아, 우리 어느 모둠이 점, 선, 면으로 동화의 내용의 의미를 가장 잘 구성했는지 한번 같이 볼까?"
"너희가 맞추는 거야"
"모둠들은 속일 준비를 하세요"
교실이 한바탕 또 들썩거린다. 모둠들은 각자 회의를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전달할 동화책 내용을 우선 정리하고 완성된 작품들을 어떻게 순서를 속일지 의논하였다.
그리고 시치미를 뚝 떼고 나온 모둠은 웃음보를 참으며 눈빛의 흔들림을 서로 체크하며 섰다.
이제 순서를 맞추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와서 직접 작품을 들고 있는 아이들을 이동시키며 순서를 맞추기 시작했다. 이건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었다. 적극적으로 한 명씩 손을 들고 나와 아이들을 이동시킨다. 다행스럽게(?) 한 번에 맞추지 못해서 너무 재밌는 상황들이 연출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맞춘 친구에게는 자연스러운 환호가 사탕과 더불어 선물이 되어 주었다.
스토리와 작품이 매칭이 된 모둠은 다시 한번 작품을 가지고 스토리를 전달해준다. 그리고 이번 활동을 통해 느낀 점을 각자 발표를 하면 활동은 마무리가 된다.
순서 맞추기 활동이 너무 재밌어서 같이 웃느라 사진으로 못 남긴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학생 1. 칸딘스키에 대해서 알게 되고 추상미술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 알게 되어 좋았고 제가 생각한 동화책의 내용을 점, 선, 면을 가지고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것과 친구들이 그것을 맞추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학생 2. 점, 선, 면과 색채만을 가지고도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표현해냈다는 게 놀랍고 색상과 형태, 방향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학생 3. 친구들에게 순서를 속여서 앞에서 섰는데 빨리 맞추지 않아서 좋기도 하고 잘못 표현했나 싶어서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맞추는 활동이 정말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점, 선, 면의 특징들을 직접 만들면서 해보니 선생님이 정리해주신 내용과 연결되어 확실하게 알게되었어요
이상, 디자인의 요소를 경험하고 공감과 소통으로 연결시킨 디자인 수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