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을 보내는 모든 선생님들을 응원합니다.
적응의 달, 3월이 지나니 어김없이 잔인한 달, 4월이 찾아왔습니다. 학교의 3월은 정신없이 훅 지나가고 그다음 바통을 이어받은 4월은 잔인하기만 합니다.
적응기가 지나고 편안해졌다 싶으면 기다렸다는 듯 사건들이 마구마구 터집니다.
담임일 때, 반 아이들을 잘 만나 편할지, 아니면 1년이 힘들지를 당장 3월에는 알지 못합니다. 긴장과 어색함으로 서로의 탐색 시간이었던 3월이 지나면 숨어있던 각자의 장점과 단점이 새순처럼 올라와 꽃을 피우듯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4월에 들어서면 두 가지 스타일의 다른 말풍선들이
담임 선생님들의 머리 위로 둥둥 떠오릅니다
“올해 애들 잘 만난 것 같아, 다행이야”
.
“나는 올해 망했어, 일 년을 어찌 보내나”
4월이 되어 우리 반이 무난하고 호흡이 잘 맞다고 느끼면 쭉 일 년 그 느낌대로 지나가곤 했습니다.
반대로 여기저기 담임이 돌보아야 할 아이들이 잔뜩 모인 반을 만났을 때는 1년이 캄캄합니다.
거기다, 3월부터 별나고 용감한 학부모의 존재가 불쑥불쑥 괴롭게 했다면 그 반은 교직생애 최악의 반이 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교사의 어깨 위에 앉은 무거운 역할이 담임만으로 끝난다면 그 역할에만 에너지를 쏟아 반 아이들을 다듬어가며 일 년을 힘들지만 잘 견딜 수 있겠죠.
하지만 교사의 두 번째 역할인 교사의 꽃, 수업이 있습니다. 수업연구, 수업 모임, 그리고 실제 수업에서 만나는 아이들과도 좋은 만남, 불편한 만남이 존재합니다.
나와 만나는 다양한 아이들을 파악하고 교육과정을 잘 재구성하여 멋진 수업을 구상하고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수업 안에서 아이들과 잘 만나야 합니다.
수업시간에는 정말 수많은 일들이 발생합니다.
3월엔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긴장했던 교실분위기가 4월이 되면 차츰차츰 무너집니다. 그래서 교사의 4월은 잔인합니다. 특히 잠자는 아이들은 꼭 존재합니다. 이제 없으면 이상할 정도가 되었지요. 교사는 알람시계가 되어 그 아이들을 깨우고 어느 날은 벌점으로 협박을 합니다. 그리고 깨어 있으나 수업 분위기를 흩트리고 다른 친구들의 수업 의지까지 내려 깎는 그냥 잠을 자주는 게 오히려 편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에너지를 뺏기니, 잘 따라와 주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런 날은 교사의 말풍선에는
“휴, 오늘 수업은 망했어” 가 그려집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잘 견딜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뭐 어찌 되었든 아이들과의 만남이니까요
마지막으로 하나 남았네요 ‘교사의 업무’
작년 저의 업무는 가중도가 최상이었습니다. 다행히 담임업무에서는 제외가 되었죠, 부장 업무를 맡아 여러 가지 사업을 신청하고 선정되어 큰 예산을 써야 했고 담당자의 어떤 이유로 인해 보통 행정실에서 처리하는 업무까지 교사인 제가 처리해야 했습니다. 연간 기안이 200건 가까이가 되니, 방학을 제외하고 하루에 한건 정도 기안문을 썼다고 보면 되네요. 교사에게 업무란, 잘해야 하는 부담감이 큰 가장 무거운 짐입니다.
보통의 경우는 담임 업무를 맡으면 부서에서 하나의 업무를 맡게 되는데, 업무는 바로바로 보이는 것이기에 보통의 교사들은 업무에 더 큰 힘을 쏟습니다. 시스템상으로 업무를 처리하게 되고, 메신저를 사용하며 업무협조를 하다 보니 메신저 폭탄이 가장 두렵습니다. 더 일이 많아진 느낌입니다.
이렇게 교사는 담임업무, 수업, 행정업무 세 가지를 기본으로 담당하며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기본이라 함은 여기에 플러스알파들이 존재하며 그 플러스알파들이 우리가 방어막을 키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플러스알파에는 학생들과의 갈등, 학부모와의 갈등 등이 주요 요소겠지요. 아마도 교사라면 방어막이 꼭 필요하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일 테고, 교사의 삶에 대한 공감이 없다면 교사가 무슨 방어막이야 하실 겁니다.
방어막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나오네요.
여기서 방어막 수치를 높인다는 것이 아이들과의 관계,학부모와의 소통을 막는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학생인권이 크게 강조되면서 교권이 추락하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학생인권강화와 체벌금지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교권의 무너짐이 해가 갈수록 너무 자주 몸으로 느껴집니다. 선생님들이 받는 상처, 그리고 눈물이 늘어납니다. 그 상황들을 대비하기 위한 방어막을 이야기합니다.
학생의 불손함과 욕설은 그들의 선택이기에 교사가 막을 수 없습니다. 학부모의 용감한 발언 또한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방어막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내면의 상처가 큽니다. 교사도 똑같은 사람이니까요.
사회의 잣대는 ‘교사니까 이러이러해야 해’가 수없이 많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페르소나의 삶을 살아가는 교사들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방어막을 키울 수 있을까요?
어쩌면 모두가 이미 알고 있을 법한 세 가지를 방어막 장치로 제안합니다.
첫째, 교사들 스스로 자신을 들여다보아야합니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보아야 한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바라봐야 한다.', '감정이입과 공감을 잘해야 한다.’’ 등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정작 교사 자신에 대한 자기 지각과 인식의 시간은 생각해보지도 못했고 생각을 했더라도 낯선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내가 가진 취약점과 내가 가진 강점들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나를 알고 나를 인정한다면 그것이 첫 번째 방어막이 되어줄 것입니다.
둘째,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것에 의식적으로 힘을 써야 합니다.
자아존중감은 나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입니다. 자기 존중감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한다면 누군가가 옆에서 나를 흔들어 대어도 꼿꼿하게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입니다. 자신을 믿고 자신을 신뢰하는 마음, 그 마음을 키워야 합니다. 자아존중감의 상실은 회피의 심리와도 연결됩니다. 무언가 뜻대로 안 될 때 바닥으로 떨어지는 나의 마음을 살펴봐주세요. 그것이 회피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떨어짐을 멈출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 번째로 타인과 비교하지 않습니다. '나는 나고, 너는 너다'라고 다양성을 인정해줍니다. 현재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며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고민하는 것보다 나를 더 들여다보고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자기 암시'입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최고다 등의 자신에게 끊임없이 용기를 주는 말들을 해주세요. 실수를 하거나 못나 보일 때도 스스로에게 '난 괜찮다'라는 응원의 말을 건네줍니다. 세 번째로 자세를 바르게, 자신 있는 모습을 체크해보세요. 어깨를 펴고 허리를 세우고 보폭도 크고 당당하게 걸어보세요. 그 걸음으로 자신이 믿음직스러워 보일 수 있을 거예요.
셋째, 이미 다가온 상처를 털어내기 위한 OFF 연습이 필요합니다.
세탁기가 계속해서 돌아가거나, 빨래 건조를 위해 건조기가 계속 돌아가거나, TV를 계속 켜 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결국 고장이 나겠지요. 혹은 TV에서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 어떻게 하나요? 가지고 있는 쿠션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리모컨으로 TV 전원을 OFF 할지도 모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나에게 다가온 상처에 TV 전원을 끄듯이 OFF 스위치를 눌러주세요. 계속해서 떠올리고 생각한다면 TV가 계속해서 켜져 있는 상태와 같을 거예요.
결국 내 마음이 고장이 나겠지요. 주변에 가까운 동료들과 실컷 상처를 나누고 이야기하고 난 뒤, 그 이야기와 함께 털어버리는 건 어떨까요? 내일 TV를 틀면 새로운 광고가 등장하듯, 다시 새로워진 내가 자기 확신과 자아존중감이 꽉 차서 등장해보는 건 어떨까요?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어막은 “면역력”입니다.
제안하는 위 세 가지 방법 또한 교사를 지키기 위한 ‘교사 면역력’이라 명명하며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평소 영양제를 매일 털어 넣듯 위 세 가지를 영양제를 먹는 느낌으로 평소 꾸준하게 실천해보았으면 합니다.
누군가가 아무리 흔들어대도, 꺾으려고 해도, 무시무시한 언어로 덤벼들어도 우리의 방어막이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 4월 더 많이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