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꿈을 담은 전시회
음악가는 감동을 전하는 연주회를 연다.
화가는 작품에 마음을 담아 작품 전시회를 한다.
우리는 우리의 꿈을 담아 전시회를 하였다.
“짭짤한 마을에서 꿈을 짓다”
지난해 쉼 없이 폭풍같이 일을 하고, 올 초 영혼을 태워 넣은 전시회까지 마무리하며 잠시였지만 번아웃 상태가 있었다. 그때, 학교에서 가져온 서류들이 꼴 보기 싫어 뒤죽박죽 넣어두었는데, 그것들을 정리하며 발견된 전시회 준비 서류들, 너무 힘들었고, 벅차게 뿌듯했던 그 시간들을 그냥 쓰레기통으로 보내기가 아쉬워 나는 글쓰기 탭을 누른다.
작년 한 해 나는 산업디자인과 전체 업무를 맡아 학과 홍보, 학과 행사, 실습실 공사, 휴게실 공사, 기자재 관리 및 구입, 학과의 교과활동 전반과 관련된 모든 업무들을 해야 하는 부장 업무를 하게 되었다. 정말 그 일 년은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했고, 내면에 상처를 보담듬을 시간 없이 바빴다. 내 안의 상처는 쉬게 되면서 발견되었다.
업무가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는 12월에 지쳐서 내 몸이 나뒹구는 낙엽같이 느껴질 때쯤, 전시회를 추진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고민을 하였다.
두려웠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영역이라 두려운 마음이 계속 커졌다. 올해는 아이들 작품을 꼭 전시할 거라는 목표가 있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하지 말까?라는 마음이 점점 커져갈 때였다.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 올해는 도저히 못하겠다며 전시회에 대한 마음을 접으려고 할 때 후배 선생님의 이야기에 마음이 바뀌었다.
올해 애들 작품이 너무 멋져요
전시회 꼭 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인생 처음 특별하고 멋진 경험을 주고 싶어졌다. 그리고 열심히 애쓰는 후배 선생님의 바람을 실현해주고 싶었다. 2년 동안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퀄리티 높은 작품들이 꽤 모였을 때였다. 더구나 우리 지역을 주제로 한 디자인 프로젝트 결과물이 많아, 지역 내에 외부 전시장에서 전시를 하게 된다면 꽤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래 한번 해보자!
전시 D-25
우선 예산을 살폈다. 작년에 편성해둔 전시회 예산이 있었지만 외부에서 크게 진행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기에 활용계획이 없어 남는 예산을 추경을 통해 이동하기로 하고 여기저기 남은 예산을 모아보았다. 그렇게 모여진 총예산을 가지고 예산 계획 초안을 세웠다.
전시 D-23
그리고 전시회 운영팀을 결성했다. 교사 3인과 학생 3인으로 구성된 운영팀은 전시회의 전반적인 기획과 준비, 실행 안을 협의하고 실질적인 전시 준비에 힘을 쏟게 된다. 발로 뛰고, 손으로 뚝딱거려야 하는 전시회의 기둥들이었다.
전시 D-23
우리는 지역의 문화예술회관의 1층 전시장을 8일 동안 대관하기로 하고 답사를 갔다. 전시장의 도면이 제공되지 않아 실측을 해야 했고 전체 크기와 작품수를 맞추어보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전시장 천정의 높이가 매우 높은 편이었고 작품들이 천정에서부터 길게 아래로 내리는 족자 형태의 작품이 꽤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힘으로 작품 디스플레이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전시 D-22
전시대행업체를 알아봐야 했다. 첫 번째 컨택이 된 업체는 계약 이틀 전 직원들의 코로나 확진으로 진행할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겨우 지역 내 업체를 알아보고 연결되어 작품 설치와 철수만 진행해주기로 하였다. 예산이 크게 쓰여야 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전시 D-21
운영팀이 모여 전시장의 형태를 도면으로 만든 이미지를 펼치고 작품 전시 포지션을 협의했다. 우리는 전시 동선에 맞추어 기, 승, 전, 결 이 있는, 우리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짠 하고 나오기를 원했다. 그런데 전시장은 들어서면 완전히 오픈된 형태라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의 전시를 위해서는 가벽 설치가 필요했다.
전시 D-20
전시대행업체에 가벽 설치 부분을 협의하니 트러스 설치를 추천해주셨다. 문제는 예산! 다행히 학교 측과 잘 이야기가 되어 트러스 설치까지 계획할 수 있었다.
전시 D-19
본격적인 작품 준비에 들어갔다. 작품의 종류는 포스터 디자인, 아이덴티티 디자인, 캐릭터 디자인, 패턴 디자인, 제품 디자인, 아이소매트릭, 조형작품, 색채 작품 등이었으며, 사이즈도 다양했다. 반은 학교의 플로터기를 이용해 실사 출력했으며, 절반은 인쇄업체에 맡겨야 했다. 그리고 패턴은 패브릭 인쇄를, 타이포그래피와 다양한 굿즈 상품들은 각각 업체에 인쇄를 의뢰하였다. 전반적인 인쇄물들은 운영팀에서 준비하였고, 이외에 각 선생님들의 수업활동으로 완성된 결과물들은 각자 준비를 해주셨다. 작품의 주제들이 지역과 연결된 이야기들이 많아 주제별로 전시 포지션을 맞추기로 하였다. 그리고 작품을 넣을 액자들도 인터넷으로 주문하였다.
전시 D-18
전시 홍보 포스터 디자인의 콘셉트 회의가 있었다. 아직은 초보 디자이너이지만 무궁무진한 재능들을 발견할 수 있는 전시회의 느낌을 살려 학생다운 이미지를 포스터에 담기로 하였다. 드로잉은 김 OO학생이 하였고, 전반적인 포스터 레이아웃 디자인은 안 OO선생님 살짝 피드백하여 감각적인 포스터가 완성되었다.
전시 D-17
트러스 안쪽을 포토존으로 구성하고 비즈쿨 동아리의 핸드메이드 제품도 판매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포토존은 아이들이 제작한 우리 지역의 관광지와 전통시장, 그리고 지역의 대표 캐릭터들을 실사 포멕스 출력을 하여 캐릭터존으로 만들기로 하고 포멕스 출력 업체를 알아보았다. 타 지역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업체와 작업내용을 상의하였다.
전시 D-15
전시장 내 작품의 위치를 정하고 작품들의 순서를 표로 만들었는데 가장 어려웠고 힘든 작업이었다. 전시장 사이즈와 작품 크기에 맞추어 최대한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했고, 작품의 느낌 별로 순서를 맞추었다.
전시 D-10
출력된 작품들을 액자에 넣고, 굿즈 인쇄 제품들의 디스플레이 계획을 세웠다. 액자에 들어가는 작품수가 많아 며칠 동안 액자 작업에 힘을 써야 했다.
전시 D-8
캐릭터 포멕스 출력물이 도착했다. 지지대를 부착하여 운송했을 시에 파손 우려가 있어 지지대는 우리가 직접 부착해야 했다. 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작품이 출력물로 나온 것을 보고 아이들은 정말 기뻐했다.
전시 D-7
전시행사 시 판매를 위한 비즈쿨 동아리들의 핸드메이드 상품들을 제작 완료하였다. 그리고 각종 굿즈 제품들도 도착하였다.
전시 D-5
전시회 디스플레이를 위한 각종 소품들이 차례로 도착하였다. 우리는 빈 교실 하나를 빌려 전시를 위한 작품들과 용품들을 모았다. 빠진 것들을 체킹 하며 준비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전시 D-3
입구 현수막과 트러스에 부착될 이미지가 완성되어 출력되었고, 현장에서 배부될 버킷리스트 엽서와 배너 등이 출력되었다.
전시 D-2
전시행사장에서 학생들의 전시 준비 및 활동 영상을 포토존 옆에서 반복 재생할 계획이었다. 그에 맞춰 영상을 편집하여 준비하고 방명록과 오픈식을 준비하였다. 오픈식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 관내 고등학교장 몇 분을 모시고 진행하기로 하였으며, 다과와 기념품도 마련해두었다.
전시 D-1
작품을 설치하는 날, 아침부터 저녁 7시까지 우리는
전시장에서 영혼을 불태워야 했다. 전시대행업체의 도움으로 다행히 계획한 위치에 한 팀도 남기지 않고 작품을 디스플레이하였다. 아이들, 선생님들 모두 너무 힘든 하루였지만 처음 해보는 전시 준비가 신기했고 마지막에 꽉 찬 멋진 모습에 울컥하기도 했다.
드디어
전시회 오픈식
학생들의 꿈과 우리 지역의 이야기들, 그들의 열정을 가득 담아 준비한 우리들의 전시회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오픈식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모두들 아이들의 작품에 찬사를 보내었다. 고등학생들 작품의 수준이 이렇게 높을 줄 몰랐다며 큰 칭찬을 해주신다. 오늘 하루 아이들의 어깨에 힘이 마구마구 담긴다.
한 달 기간의 노력과 애씀으로 힘들었던 모든 순간들이 사라지는 듯했다.
우리 아이들의 자랑스러운 작품들이다.
전시회는 8일간 열렸습니다.
그 8일간 너무 많은 일들이 마법같이 일어났다.
지역 시청에서 방문을 하셨는데, 아이들의 작품에 큰 감동을 받으셨다. 그리고 많은 지역민들이 꼭 보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며 홍보를 해주시기로 약속을 하셨고 그다음 날 지역 신문 여러 곳에 전시회 소식이 보도되었다.
신문을 통해 지역 라디오 방송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고 운영팀 학생들은 전시회 소식을 라디오로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졸업한 친구들, 재학생의 부모님들의 방문이 이어지며 전시회장이 만남의 장소로 바뀌어 훈훈하기도 했으며, 아이들의 작품을 본 여러 디자인 업체에서 디자이너 채용 문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학생들의 이야기
학생 1. 고등학교 첫 외부 전시회에 제 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기뻤고 뜻깊은 전시회가 되었습니다. 더 열심히 디자인 작업을 하고 싶어요
학생 2. 이번 전시회를 통해 제 결과물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된 것 같아요.
학생 3. 제가 직접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친구들의 다양한 디자인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학생 4. 살면서 처음으로 제가 만든 제 작품들이 이렇게나 큰 전시장에, 그것도 제 손을 직접 다 거쳐서 전시가 되었는데 많이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굉장히 뿌듯하고 값진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라디오 인터뷰도 참여해 보았는데 서툴고 어색했지만 잘 마무리가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전시를 칭찬해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셔서 영광이었어요.
학생 5. 전시회 운영팀이 되어 전시회 시작부터 끝까지 열심히 했던 기억이 가장 많이 남습니다.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아 너무 뿌듯합니다.
전시회의 의미
이번 전시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귀하게 여겨
그 긍정의 에너지로 넓은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이번 전시의 의미, 첫 번째는 이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발견한 우리 지역을
지역 시민들과 나누어 지역의
자긍심을 함께 키우고 싶습니다.
또한 우리 지역을 디자인 콘텐츠 분야에서
전국에게 가장 멋진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담아 노력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었으면 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폭풍같이 일들이 눈앞에 펼쳐졌고
모두들 마음을 모아 해쳐나가며, 정말 소중한 성장을
선물 받았다. 분명 나는 시작하기를 잘했고,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우리는 같이 한 뼘 자랐다.
교육활동의 결과물들이 전시되는 경험, 공개되는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배움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의 동기를 이끌고 앞으로 나아감에 큰 활력을 줄 것이다.
힘들었지만 그 모든 힘듦을 잊게 해주는 소나기 같은 뿌듯함만 남은 평생 잊지 못할 전시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