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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May 11. 2024

마흔 중반을 보살피는 어른들


포항에서 광주로, 광주에서 포항으로

왕복 7시간, 운전길이 행복했다.

포항에서 광주광역시 교육연수원까지

내비게이션 시간으로 3시간 15분 소요,

중간에 휴게소를 2번 들린다고 가정했을 때,

20분 더 소요된다.

연구사님의 강의 요청 전화를 받고 잠시 고민했지만,

아버지 고향이기도 한 광주는 나에게 친근했다.

곧장 강의 제안에 예스를 드린 뒤 나의 고민은

바로 교통편이었다.

포항에서 광주까지 대중교통으로는

편도 5시간 정도를 계산해야 했다.

그리고 연수준비물을 가지고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내 선택은 운전이 되었다.


양가 부모님의 걱정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그 걱정이 달갑지 않았다.

부담으로 다가와 괜히 이야기를 했다 싶었다.

멀리 이동할 때는 늘 어른들께 말씀을 드렸기에

이번에도 말씀을 드렸는데 그때부터

양가 어른들의 걱정이 시작되었다.

남편에게 운전을 하라고 하셨다가,

대중교통을 권하셨다가,

야간운전은 절대 하지 말고

숙박을 하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다음 날, 딸과의 이른 오전 일정이 있었기에

4시부터 7시까지 강의를 한 뒤

나는 곧장 포항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당일날, 아버지는 사위에게 전화를 해

걱정을 하시고, 시어머니는 사색이 된 얼굴로

배웅을 해주시며 안전운전을 거듭 말씀하셨다.


광주로 가는 길 , 3시간 이상 걸린 운전길에

양가 어른들의 걱정이 보살핌으로 다가왔다.

갑자기 마음이 뭉클해졌다.

마흔 중반의 딸을, 며느리를 이렇게까지 걱정하고

생각해 주시는 어른들, 그 어른이 아직 나에게

네 분이나 계심이 든든했다.

그러다가 상실에 대한 감정이 떠올라

갑자기 또 울컥해졌다.

울컥해진 마음이 커져 눈물이 났다.


강의는 떨림보다 설렘으로 시작해

선생님의 따뜻한 호응과 마음을 받으며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 것을 보면

세 시간의 강의 시간이

나에게 정말 좋은 에너지를 주었나 보다.


그리고 그 어른들의 보살핌의 마음을 꺼내어

생각하며 안전하게 야간 운전을 하여 귀가했다.

밤 11시가 되어 도착해 전화를 드렸다.


"아빠 잘 도착했어. 아직 안 주무셨어요?"

"네가 도착 안 했는데, 잠이 오냐?, 고생했어."


왠지 마흔 중반의 나이를 거꾸로

돼 걸어가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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