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횬 Mar 24. 2022

그 시절, 우리의 선생님들을 고발합니다.

선생님의 그림자도 못 밟던 그 시절


언제나 매일매일 일상을 나누는 우리들의 카톡방에

오랜만에 ‘화’가 넘친다.


중. 고등학교 시절, 우리를 치사하게 괴롭혔던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며 모두들 하나씩 꺼내는 에피소드에 졸업한 지 20년이 넘게 지난 우리는

아직도 흥분하고 화를 낸다.


엄마가 된 우리의 바람은 우리 아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

학년초라 아이들 담임선생님 이야기가 나왔다.

한 친구가 이야기를 꺼내었다.

큰 아이반 선생님은 통화를 했는데 너무 좋아 보이더라, 유하고 애들 좋아하는 게 느껴지더라.
그런데 작은 아이반 선생님은 “하나, 둘, 셋, 구령 붙여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킨다더라”
무서운 샘인 것 같다.  엄격한가 보다.

그 이야기에 친구들 모두 “선생님을 잘 만나야 해”

카톡을 읽으며 나는 또 다짐한다

나는 진짜 좋은 선생님이 되자

그때부터 우리의 “응답하라 1998” 부재 <그 시절,

우리의 선생님들을 고발합니다>가 시작되었다.

우리가 부른 선생님들의 이름하야 띤뚠희, 변돼지, 개동호, 안개, 까리, 레간자….


먼저 이야기를 꺼낸 친구는 웃긴 이야기 해줄까?라는 멘트로 지우고 싶은 기억이지만 너무나도 선명한 웃픈 이야기보따리를 꺼낸다.


이야기에 앞서 우리는 야간 자율학습을 하던 시절,

미대 진학을 위해 미술 특기생(?)이란 이름으로

야자를 빼고 학원으로 가서 실기연습을 하였다.

우리가 미술학원 때문에 야자를 빼먹었잖아,
근데 그날은 학원도 안 가고 저녁시간에 밖에
분식집에서 밥 먹고 학교로 들어갔거든
근데 그 샘이 친구들 앞에 나를 나오게 하더니
막 혼을 내는 거야, 미술 하는 것도 맘에 안 들고
야자 빠지는 것도 싫으셨던 거지,
나더러 “니는 우리 반의 아기다 아기!” 라는거야
그래서 나는 속으로 아기? 철없어서 아기라고
하나? 라며 넘겼거든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우리 반의 “악”이다. 였어
그걸 아기라고 듣다니.. 나도 참.

모두 깔깔 웃으며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악”이라고까지 했을까?

사실대로 말해보라고 뭐 다른 거 잘못했지? 라며

슬픔을 위로한다. 여기까진 그래도 재밌는 해프닝,


그다음 친구의 이야기는 심각했다.

그 친구는 교장실 청소당번이었는데 책상 걸레질을

하고 있으면 교장이 슬 다가와 엉덩이를 토닥토닥하다가 움켜쥐었다고 한다. 그것도 자주.


단톡방이 들썩거린다.

그 시절이었기에 묻혀갈 수 있었던 일,

하지만 나는 묻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

여기에 글로 남긴다.


그리고 학생들 소지품 검사를 하고 압수한 소지 금지물품(화장품)을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돌려서 바르는 장면을 목격한 친구


수학 문제를 못 풀면 과자를 사 오라고 시키던 수학선생님은 문제를 못 푼 내 친구가 과자를 사 갔더니

 “내 이거 안 좋아한다. 니무라, 갖고 가라”


학창 시절 강단 있게 소신발언을 했던 내 친구는

단소로 맞고, 무릎 꿇고 앉으라고 하더니 그 위에 올라선 선생님에게 밟히고, 무용선생님에게 꽹과리채로 엉덩이를 맞았다고 한다.


슬프고 아픈 학창 시절의 이야기가 오고 가며

며칠 전 본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생각이 났다.


지승완 18세, 전교 1등이자 반장, 그러나 가슴속엔 반항심으로 가득 찬 잔다르크

해적 방송 DJ로 활동하며 학생으로서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학교 시스템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울분을 당당히 표출한다.


그의 첫 방송의 내용이다.

이 시대에 대해 생각한다. 사회에 대해 생각한다. 사회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
정부와 정책까진 아니더라도 열아홉인 나에게 교사들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한다.
야간 자율학습이라는 이름을 달고 행해지는 강제 타율학습과 권위를 폭력이라는 형태로 남용하는 교사들과,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일률적인 사람을 찍어내는 공장과도 같은 학교의 시스템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전교 1등 승완이가 휘어지지 않기 위해 부러짐을 택하며 자퇴를 하게 된 이유인 해적 방송의 내용이다.

내 친구가 또 맞았어, 학주가 내 친구 뺨을 때리고 머리를 때리고 결국 입술에 피가 터졌어
구경하던 애들은 크게 놀라지도 않았어. 학주가 이러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모든 상황들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흘러갔고 나는 이 당연함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경찰을 불렀어, 그런데 경찰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더라.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줄 알아? 그럴 줄 알았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세상 너무 자연스럽더라, 나는 적어도 여기서 만큼은 꼭 말하고 싶어
이건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그 일이 오늘 태양고에서 일어났고 그 일을 반복하는 폭력교사 이름은 서영성이야  

드라마를 보며 울컥했다.

반성문을 쓰고 학생들앞에서 읽고 사과하라는 학주의 이야기에 자퇴를 선택하는 승완이는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시절, 우리의 마음도 이와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참고 참았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고 폭력교사는 없다.

교육도 바뀌었고 학생들의 삶에 긍정을 담으려고

노력하는 교사들이 많다.

우리의 아이들은 믿음과 지지로 성장할 것이고 세월이 흘러 우리와 같은 상처를 나누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아픈 나와 내 친구들의 상처 치유를 위해 나는 오늘 우리의 대화 속 선생님들을 고발한다.  

교장, 수학샘, 띤뚠희, 변 돼지, 개동호, 안개, 까리, 레간자 선생님을 고발합니다.


[출처 Tvn]



매거진의 이전글 밤 12시의 마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