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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Mar 27. 2022

밤 12시의 마법

어느 날부터 수면 시간의 양은 하루의 컨디션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아마도 마흔에 가까워지면서부터였지 싶다.


밤 10시쯤 잠이 들고 6시쯤 일어나면

8시간 수면 양을 채울 수 있고 하루를 맑은 정신과

올바른 판단력으로 스마트하게 보내기에

딱 적당한 수면시간 양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나 늘 오롯이 혼자 보내는

퇴근 이후 시간을 갈망하며

열심히 일을 하고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슈퍼 파워 워킹맘이지 않는가?


아이들이 커가며 잠드는 시간이 점점 뒤로 밀려가고 그에 따라 내가 잠을 청할 수 있는 시간도 그 뒤로

밀려가다 보니 취침을 위해 잠자리 드는 시간이

자정을 넘길일이 많아졌다.

그렇게 잠을 잘 자던 내가 자정이 넘어 잠을 청하면

나의 잠이 응답하지 않는다.


자정, 밤 12시는 아주 희한한 마법을 부린다.

눈꺼풀이 무겁디 무겁고 천근만근

물에 폭 젖은 스펀지 같은 몸을 겨우 부여잡고,

아이들이 잠들고 수업 준비 마무리하고 시계를 본다. 밤 12시 5분, 자려고 누웠는데 눈이 말똥말똥, 피곤은 한데 무슨 일인지 머릿속이 잠을 막아 세운다.


이건 뭘까? 불면증일까?

갱년기 불면증이란 게 있다는데, 그런 걸까?

불면증이란?
잠이 들거나 계속 자기가 어려운 증상으로 심한 피로가 생김
연령 : 노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성별 : 여성에게 더 흔하다.
생활습관 : 스트레스, 카페인이나 알코올 과다 섭취가 위험 요인이다.
유전 : 주요 위험 요인이 아니다.

인구의 1/3 정도가 일생에 한 번은 불면증을 경험한다. 우선 잠드는 것 자체가 어렵고 밤에 깨면 다시 잠들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수면 장애는 여성에게서 더 흔하나, 노인의 경우 남녀 모두에게 생긴다.

수면 장애는 흔희 근심이 있거나 불안한 상태에서 시작된다. 카페인이나 알코올을 많이 섭취한 경우 잠이 안 올 수 있다.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좋은 수면 습관이 없어져서 이런 증상이 계속된다. 불면증은, 밤에 증상이 생기는 천식이나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같은 질환이나 정신질환인 우울증 또는 불안장애와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다.
<의학백과사전-서울대학교병원>

나의 경우는 카페인, 스트레스인 것 같다.

이것도 추측이긴 하지만 커피를 꾸준히 즐기고 있고,

얼마 전 측정한 스트레스 수치가 9로(10이 최상)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2시를 넘기지 않고 잠이 들면

수면의 질이 좋은 편이고 잠도 쉽게 든다.

40대에 찾아온 자정의 마법이다.


수면의 양, 수면의 질을 위해 밤 12시가 마법을 부릴

수 없게 잠을 자는 것! 내가 지켜야 할 루틴.


밤 12시는 내일의 활기를 준비하는 동대문 같은 것,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 열두 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


곧 나는 하루의 문을 닫으러

잠을 청할 것이다.


고흐-까마귀 나는 밀밭

그러다

고흐의 <까마귀 나는 밀밭>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12시가 넘어버렸다. 괜찮다. 고흐였으니까

고흐의 삶에 대한 연민이 그의 작품을 감상할때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영혼이 붓의 터치에, 색상에 온전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까마귀 나는 밀밭>은 고흐의 마지막 유작으로 알려져 있다

“극도의 슬픔과 고독을 표현하고자 했다” 라고 동생 테오에게 전한 이야기는 작품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동일시된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의 색감과 까마귀는 불길하다. 특히 날아오는 방향이 심상치가 않다. 고흐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길은 세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고흐가 어떤 심정이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불안증세 , 외로움, 고립, 방황 등이 한꺼번에

가슴을 두드리며

가장 마음이 미어지는 작품 중 하나이다.


수면을 이야기하다가 고흐가 생각이 났다.

고흐의 수면은 어땠을까?

아마도 편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흐가 충분한 수면으로 불안증세가 줄어들었다면

어땠을까? 닫히지 못한 나의 12시문은

이렇게 고흐까지 왔다.

잠 못이룰 밤, 그의 작품의

색과 선을 나의 시선에 담고 잠을 청하련다.


흐린날, 커피, 고흐와 곧 다시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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