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지금 쉼의 시간이란다.
어지럽다.
두통이 있다.
숨이 가쁘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빈혈 수치가 8 정도였는데
몇 달째 철분제를 먹지 않았다.
평소 계단을 오를 때 숨이 가쁘고
아침 걷기를 할 때 숨이 가쁜 정도여서
괜히 마스크 탓을 하며 빈혈이란 걸
외면한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다.
액상 철분제를 먹다가 멈췄으니
그 맛 때문이었을까?
요 며칠 연구와 아이들 진로 문제로
고민하고 이곳저곳 다니느라
에너지를 여기저기 뿜어야 했다.
커피 두세 잔 마시며 미래의 에너지까지
듬뿍 끌어다가 힘든 걸 모르고
내 몸을 쓰다 보니
이제 거의 제로인가보다
스타크래프트가 생각난다.
대학 다닐 때 몇 달 게임에 빠졌었는데
재밌는 사실은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는 것
마치 미네랄이 고갈된 느낌이었다.
친구가 보낸 톡에 심각성을 느껴
미루던 병원을 드디어 갔다.
빈혈이 오래되면 전신에 운반할 혈액이 부족해지고 이에 따라 산소, 영양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을 막기 위해 심장은 더 많은 혈액을 뿜어내야 하고 평소보다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이처럼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면 결국 심부전 같은 심장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내가 느꼈던 숨참과 심장과 관련된 듯한
피로감이 글로 연결되며
모든 의문이 풀리는 듯했다
그래, 나는
만성빈혈이었구나
병원에 갔다. 빈혈 수치를 말씀드리니
의사가 철분제를 안 먹은 것을 혼내시며
“당신은 고산지대에서 살아가는 것과 같아요”
“75% 산소로 살고 있는 거에요”
“두 달 복용하면 나아질 거에요”
“피검사 결과는 내일 전화로 안내합니다”
“네”
의사 선생님은 엄청 심각하신데
나는 마음속으로
초긍정모드가 발동한다.
‘고산지대에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니’
‘역시 정신력이 대단해’
‘아니야’
‘커피때문이였을까?’
‘쉼의 시간을 가지는 중인데 왜 이렇게 달릴까?’
다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알아차림은
현재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진취적이고 성장이 있는
삶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동안 일로 인해 부재였던 엄마의 존재를
맘껏 느끼게 해주고 싶다.
아이들의 흥미와 적성을 찾아서
진로 로드맵을 만들어주고 싶다.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즐거운 식사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
세명의 아이에게
달콤한 꿈을 꿀 수 있는 포근한 잠자리를
만들어주고 싶다.
그리고…
학습연구년 연구주제를
제대로 연구해서
내년 수업에 꼭 활용하고 싶다.
별거 아닌데, 온 에너지를 고갈할 만큼
그럴게 아닌데, 나는 3월 한 달 동안
배터리 20프로쯤 충전하고 쓰고
또 20프로쯤 충천하고 쓰고
그랬나 보다
조금 천천히 가보자
100프로 충전하여
여유 있어보자
그럼 조급한 마음, 불안한 마음
사라질 테니
한번 해보자
100프로 풀 충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