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나는 멀쩡했다.
수업 시간엔 웃었고, 복도에서는 아이들과 농담을 주고받았고,
교무실에서는 커피를 들고 동료들과 가벼운 말을 나눴다.
누가 봐도 아무 문제없는 하루였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불을 끄고 누우면 말할 수 없이
낯선 감정이 불쑥 찾아올 때가 있다.
누가 건드린 것도 아닌데 가슴이 묵직해지고,
눈가에는 이유 모를 뜨거움이 고이고.
그럴 때면 이 감정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한참을 헤매게 된다.
오늘 들었던 말 때문인지,
아니면 오래 쌓여 있던 피로가 틈을 찾아 나온 것인지.
밤은 감정을 숨기기 어려운 시간이다.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유일한 때.
낮 동안 잊히고 있던 마음이 조용히 기지개를 켠다.
예전의 나는 이 밤의 무너짐이 약함이라고 생각했다.
왜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지, 내가 더 단단해야 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무너지는 시간도 필요한 시간이라는 걸.
낮 동안 버텨내느라 굳어 있던 마음이 밤에야 비로소 풀리는 것뿐이라는 걸.
그래서 무너지는 밤을 허락하기로 했다.
조용히 울어도 되고,
가만히 누워 있어도 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된다.
무너진다는 건 다시 일어날 힘을 모으는 과정일 뿐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밤은 더 이상 두렵지 않다.
TIP. 낮과 밤의 온도차를 극복하는 방법
·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면 오히려 더 크게 무너진다. 오늘은 그냥 울어도 되는 날,
오늘은 아무 결론 안내도 되는 날, 오늘은 나를 판단하지 않는 날,
이렇게 의도적으로 무너질 자리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 단단해진다.
· 밤의 감정을 낮의 나에게 조금만 나눠주기, 요즘 좀 지쳤어. 요즘 이유 없이 예민해,
밤의 감정을 낮의 나에게 조금만 흘려보내도 밤은 훨씬 덜 폭풍처럼 온다.
· 밤의 감정을 문제로 만들지 않기, 밤에 무너지는 건 하루를 잘 살아냈다는 증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