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발가락이 계속 아파"
"엄마, 오늘은 더 아파"
"엄마, 이상하게 엄지발가락이 아파"
막내(셋째)의 발가락이 이상하게 아프다는 이야기에 몇 차례 살펴보았지만, 붓기도, 빨개짐도 보이지 않았다. 발톱이 길어서 옆 발가락 살을 찌르는 게 아닌가 살펴보았지만 발톱 길이도 짧아서 그것도 아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아프까?"
"더 많이 아프면 다시 이야기해"
그렇게 며칠이 지나가고, 그 뒤 몇 차례 더 엄지발가락 통증을 호소했지만 육안으로 보았을 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 엄마 발가락이 퉁퉁 부었어"
아침에 일어나자 통증을 느낀 아이는 발가락을 보니 빨갛게 퉁퉁 부은 것을 발견한 것이다.
"엄마, 이것 봐. 내가 아프다고 했잖아."
붓고 빨개진 발가락을 보며, 막내의 아픔을 짐작하고 공감할 새도 없이 아침의 상황에 짓눌렸다.
아이도 학교로 등교를 해야 하지만, 교사 엄마인 나도 출근을 해야 했기에.
퉁퉁 부어 오른 발가락을 보면서도 오만 가지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마침 할머니께서 병원 동행이 가능하여 아이를 맡겨두고 출근을 했다.
1교시 수업이 있어, 부리나케 교실로 들어섰고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오니, 막내 담임 선생님의 문자가 와 있다. 세상에나, 담임선생님에게 병원을 들렀다 학교로 가겠다는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이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OO 담임교사 김 OO입니다. OO가 아직 학교에 오지 않아 걱정이 되어서 연락드려요."
"선생님, OO 발가락이 부어서 할머니와 정형외과 갔다가 병원을 간다고 했는데 미처 연락을 드리지 못했어요. 염려를 드렸네요. 죄송해요."
"아닙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며칠 전 준비물을 챙겨 보내지 못해 민폐 학부모 연락을 드렸던 참이라 민망함에 온몸이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병원에 다녀온 할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병명은 "내성 발톱" 고름을 짜내고 소독을 했고, 항생제를 며칠간 복용해야 한다고, 물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전해주셨다. 앞으로 며칠간 샤워할 때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해야겠구나 싶어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비닐봉지를 몇 겹 감싸고 박스 테이프로 그 위를 감싸야겠다고.
내성 발톱 증상은 처음에는 드러나는 모습이 없이 통증으로만 나타났다. 그것을 알지 못했다.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붓고 빨개지며 고름이 차는 것이다. 처음에는 엄지발가락의 외측이나 내측이 약간 빨개지면서 부으며, 가벼운 통증이 나타나지만 마찰이 계속되면 더 붓고 진물이 나며 발톱 주위가 곪기 시작하여 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내 아이는 그날 아침 극심한 통증을 느꼈을 것이다.
내향성 손발톱은 손발톱과 살 부분이 맞닿은 곳에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손발톱 질환 중 하나이다. 조금만 스쳐도 심한 통증을 느낀다니, 엄마 부진아는 오늘 또 반성을 한다.
'발가락이 아프다고 했을 때, 바로 병원을 데리고 갈 것을...'
병원을 다녀오던 날, 집으로 돌아온 막내는 유튜브로 한참을 검색을 했나 보다.
"엄마, 이거 발톱 빼야 한대."
"엄마, 어떡해!?"
"엄마, 이거 빼야 하는 거 맞아?"
어디서 무서운 영상을 보았는지 아니라고 설명해도 막무가내로 두려워했다.
병원에 가서 두 번째 소독을 하고, 빨갛게 아물고 있는 것이 괜찮아지면 먹던 약만 먹고 치료를 마무리하면 된다고 하셨다. 내성발톱 교정을 하기로 했고, 막내는 발톱을 뽑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에 안심을 했다.
일부러 재차 선생님에게 물었다.
"선생님, 발톱 안 빼도 되지요?"
"네네, 걱정 마세요."
수석교사인 엄마는 더 바빠졌다. 엄마 부진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엄마의 바쁨이 두세배로 늘어나니, 아이의 아픔 100이 20만큼만 바라봐지는 나는 엄마 부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