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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부진아

by 심횬

독감 예방 접종


"여보세요? 혹시 독감 예방 접종 약이 있나요?"

독감이 유행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주변의 대부분이 예방접종을 맞았다고 하고,

부산에 계시는 부모님은 통화를 할 때마다 "애들 독감 맞았냐?"

매번 독감안부를 물으심에도 주사를 맞으러 갈 짬이 없었다.


사실, 그건 핑계였다.

짬이 없긴 왜 없어. 시간을 만들어서 시간을 맞춰서 가면 될 일이었다.

아직도 주사를 무서워하는 중학생 아들을 설득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었고,

시간을 쪼개어해야 하는 일들 사이에 그 틈을 만들어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1월, 이제는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 싶을 때쯤,

살짝 여유가 생길 때쯤,

예방 주사를 맞으려고 하니, 이 병원, 저 병원 모두 독감 예방 주사약이 동이 난 것이다.

안 맞고 그냥 이 겨울을 지내기엔 엄마 양심이 찔려 여기저기 전화를 해 겨우 약이 있는 곳을 알아냈고,

먼 거리 운전을 해서 아이들과 독감 주사를 맞았다.


속으로 이제 맞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의심과 자책을 하며.


그런데, 그 해 독감의 최고 유행이 3월이 된 것이다.

1월에 맞은 예방 주사는 신의 한 수였다.

그래서 올해도 1월을 기다린다.


사실 이건 핑계다.

12월, 일분, 일초를 쪼개어 살아가며, 또 타이밍을 놓치고 있는 거다.


내일 또 부모님은 독감 안부를 전화로 물으실 테다.

어쩌면 우리 엄마의 십 분의 일도 못하고 있는 나는 엄마 부진아.


독감 예방접종의 적정 시기는 9월 하순에서 10월 중순 사이, 늦어도 11월까지라고 한다.

늦어도 많이 늦은거다. 다짐해본다. 내년에는 기필코 시간을 맞추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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