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이제야 알게 됩니다. 저는 엄마 부진아였네요.
아이를 셋이나 키우면서도 여전히 엄마의 역할은 어렵습니다.
늘 새롭고 낯섭니다.
엄마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 왜 그것은 뒤늦게 올까요?
아이의 마음을 읽는 법, 아프다는 신호를 알아채는 타이밍,
괜찮은 척하는 아이를 먼저 안아주는 감각 같은 것들 말입니다.
늘 한 박자 늦었습니다. 아이가 말한 뒤에야 알아차렸고, 문제가 드러난 뒤에야 돌아봤고,
미안해진 뒤에야 배웠습니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바쁘다는 이유로,
괜찮아 보였다는 이유로, 익숙하다는 이유로, ‘이 정도쯤은’이라는 말로
아이의 신호를 지나쳐 왔습니다.
밖에서는 수석교사라는 이름으로 도움과 공감, 조언을 건네는 사람이지만,
집에서는 서툰 엄마였습니다. 일은 점점 능숙해졌는데 엄마로서의 나는 점점 더 부족한
구멍이 보입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이제야 이렇게 말해 봅니다.
"나는 엄마 부진아였다고."
이 말은 엄마로서의 저를 깎아내리는 표현이 아니라 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말입니다.
자책하기도 해 보고, 많이 울어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알게 됩니다.
엄마는 원래 완성형이 아니라는 것, 엄마도 배워야 하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아이를 통해 자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엄마 부진아라는 이름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성장의 출발선입니다.
오늘도 늦게 깨닫고, 늦게 미안해하고, 늦게 배우면서 엄마가 되어 갑니다.
아직 많이 서툴지만, 오늘도 부족하지만 노력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