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이도, 인사도, 진심도 빠진 맛
‘사람 바리스타를 대신하는 로봇 바리스타’
처음에는 신기했다.
반짝이는 유광의 로봇이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셔보고 싶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요"를 대신해
키오스크에서 터치로 주문을 한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컵을 꺼내고 얼음을 살짝 터치하고 컵에 얼음을 받는다. 그리고 커피 추출 버튼을 눌러 커피를 받은 뒤 천천히 내 앞으로 가져다 놓는다.
“감사합니다”
.
.
.
(…)
한 모금 입에 넣으니
그 맛은 “그냥 아이스 아메리카노”이다.
시선을 붙잡고 흥미를 유발한다. 서로 대화 없이 커피 주문은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척척, 정확하게 계산되어 시간 내에 준비된 커피를 시원하게 한잔 마신다.
로봇 커피를 마시며 두 가지를 생각한다.
나는 커피를 왜 마실까?
보통 에너지가 바닥에 닿을 때 커피가 생각난다.
커피의 각성효과는 하루를 생기 있게 만들어준다.
커피를 찾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보이는 아무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을 사서 마셔도 될 텐데, 나는 굳이 좀 더 먼 거리의 단골 카페를 찾아간다.
그 이유는 그곳의 커피 맛이 나에게는 에너지를
더 많이 담아주기 때문이다.
한 모금에 느끼는 행복감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두 개의 커피집이 나란히 있고 같은 가격으로 아메리카노를 판매 중인데 한 가게는 사람 바리스타가 , 또 한 가게는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판매한다고 했을 때, 과연 우리는 어느 커피를 마시러 갈까?
처음에는 신기한 마음으로 로봇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 선택이 계속될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로봇무인카페들이 여러곳에 오픈을 하고 있다.
후기들에 담긴 사진들을 보니 멋진 인테리어와
로봇의 신기함은 느껴지지만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다.
커피는 온기다.
그것은 커피가 가진 온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온기를
포함한다.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며
바리스타의 모습을 함께 눈에 담는다.
능숙한 손놀림과 커피가 추출되는 소리까지
커피 한잔에 담기는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인사를 주고받고,
눈빛을 마주하며 주문을 하고,
커피를 기다리는 모든 시간 동안
후각과 시각과 청각에 담기는 모든 이야기가
커피 한잔에 머물러
내가 마시는 감동의 한잔이 된다.
거기에는 카페 사장님의 철학과 마인드가
보이지 않게 추임새가 되어준다.
그래서 온기와 감동이 빠진 로봇의 아메리카노는
“그냥 커피” 맛이었다.
스쳐 지나가는 “그냥 커피”였다.
나는 단골 커피집의 커피가 가장 좋다.
그 집 커피에 담기는 모든 것이 좋다.
그 모든 것은 사람과 사람이 마주함에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