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ESS ART Trail

19 April 2021

by 시몽


락다운이라 전시를 못하는 골드스미스 큐레이팅 학과 애들이랑 파인아트 애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Access mfa라고 해서 학교가 위치한 뎁포드, 뉴크로스 근방의 로컬 상점과 협력해 전시하거나 길거리에 전시하는 방식. 나도 재학 중일 때 이런 프로젝트들을 학생들과 좀 했으면 좋았을 텐데. 수업 복습에 과제랑 논문 쳐내는 것만 해도 빠듯하고 스트레스 던데 다들 어떻게 이런 시간이 나는 걸까. 한스 같은 큐레이터는 이런 아이들로부터 탄생하는 거겠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도 자신의 부엌에서 연 전시가 자신의 첫 전시였다. 그때 그의 나이 무려 겨우 23살.


















오늘 전시를 동행할 린카와 전시 트레일의 시작점에서 만났다. 여기는 닫힌 공간이라 윈도우 갤러리마냥 창문 너머 작품을 볼 수 밖에 없었는데 딱히 작품이 정면을 향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 제대로 감상을 하기가 힘들었다. 유리 반사가 너무 심했고, 공간이 어두워서 작품이 죽은 느낌. 학생들이 꾸린 전시라 조명 수급을 못했던 것 같다.




작품 설명에 있던 수많은 기호들이 특이하고 생소했는데





From Art Writing to Theory Fiction 수업을 듣고 있는 린카 말로는 수업 때 이런 형태의 라이팅을 다룬 적이 있다고 한다. cybernetic culture research 분야에서 저런 방식의 라이팅이 소개되었으며 종종 쓰인다고.



















골스 앞 학교 서점. 레프트윙 학교답게 이런 포스트 캐피탈리스트 책이 늘 선두에 전시된다. 특히 이 포스터의 마크 피셔는 유명한 문화학자이며, 내가 재학 중의 골드스미스 시각 문화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2017년 자살로 생을 마감해서 아쉽게도 나는 그를 볼 수 없었지만, 학교에서 그의 메모리얼 낭독회라던지 리딩회가 자주 열리곤 한다.

























학교 근처 lion coffee 앞에서 발견한 두 번째 트레일. 이 코드를 통해 사운드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이 access에서 제공하는 지도를 따라 QR 코드를 찾아가는 과정이 나름 재밌었다. 구석에서 발견한 세 번째 작품

이 소심한 손과 얼굴, 어정쩡한 자세가 너무 웃겨




근처에서 4번째 작품. 우리 둘이서 주변을 살펴보며 돌아다니니까 너네 뭐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기도 했다. 게다가 근방에 작품이 있다는 정도만 알다 보니 해당 장소를 오게 되면 모든 게 작품으로 보이는 매직도.

순간 저 포스터가 작품인가 했으나, 이 작품도 결국 QR 코드를 통해 들어가서 보는 비디오 작품이었다.






5번째 작품은 중국인 마트에서 발견





























야채 사이에 위치한 작품. 나름 미대 근처 상점이라고 학생들이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끔 허락해준 로컬 상점 사장님들도 참 따스하다

그 와중에 해산물 보고 반가워하던 린카
처음에는 저 왼쪽 액자 또는 저 일렬로 부착된 스티커들이 작품인가 했다.





이런 귀여운 벽화도 오늘에서야 처음 봄


























갈매기한테 생선 던져주는 생선 가게 아저씨






6번째는 퍼포먼스. 이날은 퍼포먼스를 하지 않는 날이었다

대략 이런 퍼포먼스































이 날 날씨가 너무 좋았다. 학교 입학 한 지가 언젠데 둘 다 뎁포드를 이제야 와봤다.




LP 샵도 탐방하고

breakfast science 라니






저 근처 카페에서 도넛과 커피를 마셨다.

Sex, Gender, Species 수업 과제 주제로 린카는 일본 페미니즘을 택했다고 한다. 중국인으로 일본에 살면서 일본 여성들에 대해 이런저런 느낀 바가 많았다며. 게다가 또 이런 여성 연구가 활발한 영국에 오다 보니 그 관심사가 폭발했나 보다. 린카랑은 둘 다 듣는 수업이 전혀 달라서 타 수업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공유할 수 있는 게 좋다.



















7번째 작품. 저 윈도우에 부착된 텍스트 시트와 QR 코드로 확인 가능한 편지가 작품



































8번째 작품이 위치한 장소. 이 테리스 디스카운트 가게는 우리나라로 치면 잡물상 같은 곳.



영국에는 중동 계열의 사람이 운영하는 이런 느낌의 가게가 많다. 나는 늘 그래도 마트에 가서 필요한 용품을 사는 편이었는데, 이 테리스 디스카운트라는 가게를 소중히 여기고 뎁포드의 심볼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참 골드스미스 답다고 느꼈다. 로컬을 소중히 하고 그런 커뮤니티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작품 찾을 생각은 뒤로 한채 린카와 나는 이 귀여운 고양이들에 빠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얘네 늘 여기서 낮잠 자는 애들인 것 같더라.

린카가 셰어 한 다른 이의 게시글.































같은 잡물상이라도 johnny's diy는 이렇게나 깨끗하고 예쁜데 흑흑. 나는 골드스미스보다 RCA와 UAL에 맞는 재질인가봐. 아직 페컴과 뎁포드의 러프함을 포용하기엔 멀고 멀다.

























주변 모든 것을 작품으로 의심하면서 걸어가다가




9번째 작품 장소 발견. 보험회사에서 친절하게 위도우 갤러리 한편을 학생들에게 내주었더라























아쉽게도 역시 유리 반사가 너무 심해서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진짜 없는 처지에 작품을 전시하고자 했던 노력이 모여 이런 기획을 한 것이었지만, 린카와 나는 덕분에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법한 거리의 예쁜 구석구석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버려진 의자도 작품 같다며 우리끼리 호들갑


10번째 작품 장소로 왔는데 QR 코드는 찾았으나 작품은 못 찾겠더라




결국 전시는 이쯤에서 그만 보기로 하고 Arapina라는 근처 카페로 왔다. 여기서 린카 면접 썰도 듣고 연애 얘기도 듣고. 그리스인 남자 친구가 코로나에 걸렸는데, 계속 격리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린카에게 화풀이를 하고 분노를 표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해를 해주려 했는데 갈수록 심해져서 너무 상처를 받는다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다시 뉴크로스로 돌아오는 길. 귀염 뽀짝한 벽화를 지나




오다가 이쯤에 있다는 또 다른 작품을 찾으려고 건물을 빙글빙글 돌았는데 결국 실패.








정말 락다운 때문에 런던 전체가 죽은 도시 같다. 전면해제된 지금은 이때와 완전 다른 분위기인데, 당시만 해도 닫은 가게가 정말 많아서 이런 식으로 간판을 보고 아 여기 이런 동네였어? 이런 가게가 있었어? 하는 게 잦았다.

Art hub 뭐하는 곳일까 하고.





















어세스 전시의 마지막이었던 윈도우 갤러리. 여러 작품들이 놓여있었다.







린카와 위 갤러리를 마지막으로 헤어지고 난 학교로 향했다. 도서관이 소독 중이라 이 날은 휴게실에서 공부.




프렌치프레소와 원두까지 들고 와서 공부를 한다고..?






















조르조 아감벤.





Curating and Ethics 수업에 난항을 겪고 있던 시기. 정말이지 윤리란 뭘까 하고.



크리틱 칼에는 좋은 비평글이 많다. 지금은 후원이 끊겨서인지 뭔지 연재가 중단된 상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터디 모임, 결국 떡볶이 모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