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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tanical Mind

17 Oct 2020

by 시몽


17. Oct. 2020


오늘 오전엔 테이트 모던 전시를 예약해뒀다.

고층 빌딩이 많지 않은 런던에서 The shad는 눈에 확 띈다. 차로 30분 거리인 우리 집에서도 저 건물이 보일 정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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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를 온 이유는 바로 카라 워커스 전시를 보기 위해.


이 전시는 너무 보고 싶었던 건데 본래라면 내가 유학 오기 전에 종료되어 못 볼 전시였다.

하지만 웬일로 코로나가 좋은 일을. 전시가 연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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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클만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기엔 너무 얕은 접근인 게 조각에 가까이 다가가 보면 보이는 이런 디테일들.

카라 워커스는 정치적인 주제에 주로 접근하는 작가다. 그리스 로마신들이 새겨져 있을 것 같은 이 분수대에는 노예무역 또는 해협을 건너오는 이민자들의 고통이 새겨져 있다. 정말 엄청났다.

IMG_7486.JPG 귀여운 빨강머리 아가들은 덤.






앤디워홀은 사실 지겨워서 땡기진 않지만, 테이트가 전시하는 앤디 워홀은 어떨까 싶은 관점에서

보고 싶기도 했다. 그 와중에 이 빨강 정말 잘 뽑았다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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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샵에서 애기한테 책 읽어주는 아빠. 여기 아기들 정말 천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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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엔 갤러리. Arcadia Missa

브레탐이 추천해준 곳이다. 다른 갤러리들보다 작품이 통통 튀는 구석들이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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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옆의 셀프리지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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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꼬질꼬질. 이 사진 찍고 보니 신발 너무 꼬질꼬질 해서 저 날 이후로 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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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리지는 플레이리스트가 정말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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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도 이쁜 게 정말 많아서 너무 재밌었는데 맘 한편에 공부하러 왔는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너무 맘이 불편한 거다. 내가 이럴 시간이 있나 하구. 아유 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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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로 발렌티노, 띠어리



그리고 근처에 다운트북스가 있길래 찾아가는 길.

메릴린 본 역 주변은 정말 좋다. 딱 부자동네 느낌. 예전에 여행 왔을 때도 지나가면서 여기 좋다 하고 생각했던 곳인데 그때 생각이 새록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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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유명한 다운트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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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시 반에는 캠든아트센터에서 코스 메이트들끼리 밋업이 있었다. 캠든 아트 센터의 The Botanical Mind 전시


꽤 북쪽에 위치한 곳이라 이번 밋업이 없었으면 와보지 못했을 곳이다.

Ecology 수업의 교수님이 과제로 내주신 전시였는데 규모가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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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컨셉에 맞게 요런 버섯 전구가 있는 게 너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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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뉴욕 Met 느낌으로 입장권 대신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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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근처 카페에서 미국인 케이트, 중국인인데 일본에서 태어나 산 엘렌, 이탈리아인 베아트리체, 폴란드인 토시카 와 얘기를 나눴다. 린카도 그렇고 특이하게 중국인인데 일본에서 나고 자란 애들이 런던에 왜 이렇게 많지 싶었다. 그리고 엘렌은 완전 엘리트 코스인 게, 보스턴에서 학사하고 코톨드에서 석사하고 이번에 세컨드 석사라고 한다. 나보고 코톨드에서 만난 자기 친구도 한국인이라는데, 걔는 요즘 뭐하냐니까 스탠퍼드에서 박사한단다...후... 세상에 잘난 사람은 너무 많구요..ㅎㅠ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가 같은 기숙사에 사는 케이트와 둘이서 돌아가는 길.

하루 종일 너무 피곤한 데다 찐 미국인의 빠른 영어에 더 피곤해져서 갈수록 리스닝이 너무 안되더라.

케이트도 그렇다고 딱히 남에 호의적인 애도 아니었어서 집에 가는 길이 꽤 어색했다.


오늘 밋업에서 만나 코스 메이트들은 모두 뭐랄까 성격상 취향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작가나 크리틱 쪽이 아니라 큐레이팅 쪽에서 일하고자 하는 애들을 만난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엄청난 스펙을 가졌으며 중국어 일본어 영어 3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엘렌도 일자리 구하기 너무 힘들다고 무급 갤러리 인턴 2개월짜리가 다라고 하고 뉴욕 출생 케이트도 뉴욕의 PS1에서 한 무급 인턴 3개월이 다라고 한다. 비록 지금 너무 스트레스받는 일상에 늘 부족함을 느껴서 좌절하고 허덕이지만 경력이 이렇게나 있는 게 어디야 싶어서 내심 뿌듯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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