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Oct. 2020
18. Oct. 2020
오늘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로 한 날.
Irene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서 내게 먼저 연락을 준 이탈리아인 친구다. 만남 장소였던 South London Gallery에서 아이린을 만났다. South London Gallery는 우리 집에서 도보로 5분도 안 걸리는 무척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있다. 전시장이 총 두 곳인데 이 곳이 메인 갤러리.
작품의 블루 컬러가 너무 예뻤다.
생각보다 예술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예쁜 색 뽑는 게 정말 힘들고, 그런 색에 있어 감각이 좋은 작가도 드물다는 걸 알게 되는데 이 작가는 색에 있어서는 확실히 취향이 좋았다.
아이린은 이탈리아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영국에서 야간 수업으로 심리학을 들으며 낮에는 내니로 일한다고 한다. 어머니가 또한 인테리어 디자인 잡지사 에디터여서 그런 가정에서 자랐기에 본인도 예술에 관심이 많다며.
두 번째 전시장으로 이동.
옛 소방서를 개조한 건물이다.
물성을 가지고 실험을 많이 하는 작가
아이린은 저런 카메라로 본격적으로 찍던데 그게 또 흥미롭기도 했다.
전시장 건물 자체가 참 좋다
근처에 있는 peckham 동네 구경.
여긴 우리나라 을지로처럼, 오래되고 못 사는 동네인데 몇 가지 카페가 들어서면서 어떤 골목은 되게 힙하지만 반면에 또 메인로드 등에는 낡은 구석이 많은 동네다.
그러다가 Frost design 갤러리 발견.
여긴 내가 그냥 주변 갤러리를 찾다가 구글 지도에 마킹해둔 곳인데 아이린은 엄청 기뻐했다.
우리가 가진 전시 브로셔 보고 여기 전시 어떻냐고 물으시던 갤러리 오너 분과 아이린
공간이 좁아 난잡하긴 해도 모든 오브제들이 다 아름답고 모두 오리지널이었다.
아이린이 이 곳에 반해서 들어가 보자 했던 건 이 의자 때문이었는데, 무척 유명한 디자이너 작품이었던 것.
아저씨도 맞다며 가짜도 많이 파는데 아래 부분의 이름을 보여주며 이건 진짜라고 했다.
아이린도 진짜처럼 보이려고 소재에 스크레치를 일부러 내는 경우도 봤다며.
사실 아까 카페에서까지만 해도 아이린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부분이 있던 게 솔직한 마음이었는데, 이 갤러리 방문 이후로는 얘가 정말 예술을 좋아하고 그런 가정에서 커온 것이 맞구나 싶었다. 주변에 이런 곳을 함께 가고 나눌 사람이 없어서 나한테까지 연락이 미쳤나 보다.
돌아가는 길에 공원 산책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더 나눴다. 부모님께서 예술을 하지 않길 원하셔서 혼자서 영국으로 왔고, 때문에 내니까지 하며 자립하고 있다고 한다. 본인은 정작 이탈리아에서 러시안 내니한테 자라서 발음의 영향을 꽤 많이 받았기에 솔직히 이탈리아인인 본인이 내니로 적합한지는 모르겠다며.
이 날은 새벽 4시까지 귤 까먹으며 공부를 했다.
이 갤러리가 너무 좋았어서 사진들을 인스타에 올렸더니 한국에서 갤러리를 하는 친구가 자기가 최근에 바잉 한 오브제와 같은 게 있었다며 인스타 메시지를 보내왔다.
왼쪽은 이 갤러리 인스타인데 이렇게 오브제도 엄청 많이 판다. 너무 예쁘게 많은데 한국에 가져오기가 번거로우니 사지를 못하는 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