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Oct 2020
아침부터 전시 보러 가는 길. 영국 광고를 보면 거의 다 타이포그래피가 다인데, 타이포도 별 특별할 것 없이 색이랑 심플한 글자체 하나로만 끝내는 것 같다. 디자인을 휘황찬란하게 한다기보다 어떤 문구로 승부 볼 지 가 더 중요한가 보다. 카피라이터의 역할이 더 도드라진다고 할까
그 와중에 너무 기발하고 좋았던 이케아 이불 광고.
Lisson Gallery.
갤러리 자체가 네임밸류가 있는 곳이라 작가 설명은 대충 읽어보고 간 곳인데 너무 좋았다. 오후에 만난 버탐의 말로는 Laure Prouvost는 베니스 비엔날레 작가라며 꽤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평일 오전이라 나 밖에 없었는데 이 곳 front of house 가 개인 투어를 시켜줘서 너무 부담스러웠다. 심지어 비디오 작품이 있어서 20분은 앉아있었는데 앞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음..ㅠ
이 나무로 소를 표현하고 싶었던 거라 가지마다 젖이 여러 개 달려있다.
그리고 우유를 따르는 곳
너무 좋아하는 동네 메릴린 본.
바나나 손이 되어 가는 아저씨
와보고 싶었던 카페 모노클.
12시 반에 World Making Surgery 줌 미팅이 있어 급하게 카페를 찾은 것이기도 했다.
여긴 일본식 카페라 일본식 정찬이나 일본식 소바 등을 파는데, 오기 전엔 그런 것들을 먹어보고 싶어 온 것이었는데 아침을 푸짐하게 먹어서 막상 배가 안 고파 시나몬 롤 하나만 시켰다.
내 표정 세상 심각. 교수님이 disconnect 된 것 같은 느낌 싫으니까 무조건 화면 다 키라고 해서 늘 키고 한다.. 근데 평소 평일에는 애들이 다 산발에 누가 봐도 홈웨어 입고 있는데 금요일은 늘 뭔가 꾸미고 앉아있다 ㅋㅋ 나도 물론 이날 월드 메이킹 수업에 처음으로 화장하고 앉아있었음. 오랜만에 셀카도 ㅎㅎ
그리고 그다음 전시 예약은 4:30 pm.
전설적인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가 디렉터로 있는 서펀타인 갤러리가 다음 행선지였다. 이 갤러리는 하이드파크 내에 위치하고 있다.
올해 첫 하이드파크였는데 마침 날씨가 너무 좋았다.
서펀타인 갤러리.
나무가 소비되는 과정, 그리고 죽은 나무들, 그런 환경적인 문제를 다룬 전시였는데, 작가의 작품이 있다기보다 아카이빙에 불가했어서 사실 크게 흥미는 느끼지 못했다. 다만 그러한 것들을 나열한 방법들은 하나같이 세련되어서 전시 방식에 있어서 공부가 많이 되는 전시였다.
이 갤러리의 건축을 자하 하디드가 담당했다고 했는데 갤러리 옆으로 가니 단번에 아 그녀구나 알 수 있었던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나오니깐 어느새 밤.
7시엔 코스 메이트들이랑 술 약속이 있었다. 혜조랑 헤어지고 Deftford로 갔다.
나도 5분 정도 늦었는데 버탐혼자 기다리고 있더라. 그래도 버탐을 본지 벌써 이번이 네 번째라 괜히 익숙하고 반갑더라. 얘는 게이인지 아닌지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뭔가 샤이보이 같은 느낌이 있고 순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왠지 소셜리즘 건축에 대한 얘기를 굉장히 많이 나눴다.
그렇게 놀다가 10시가 돼서 코로나 때문에 카페 문 닫음.
니코랑 엘렌은 집에 가고 다라랑 다라 친구와 나는 버탐 집에 놀라가서 더 놀기로 했다. 나도 솔직히 피곤했는데 플랫 셰어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일단 따라갔다. 가는 길에 배고프다며 파스타 해먹 자고 테스코 감. 이 시간에 파스타..ㅎ
그리고 정말 눈곱만 한 주방에서 다라가 파스타를 해주고, 다라가 요리할 동안 다들 여기 옹기종기 잔들고 모여서 수다를 떨었다.
아 그리고 소파 놔두고 바닥에서 먹는 거 우리나라만 그런 줄 알았는데 얘네도 그렇게 먹더라. 버탐, 나, 다라는 다 바닥에 앉아서 먹었다. 사실 그냥 식탁이 없고, 있는 게 이 낮은 거실 테이블뿐이어서 그게 유일한 옵션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서부턴 혼돈의 도가니.
어느 순간부터 내가 전혀 말을 못 따라갔는데 난 그게 내가 피곤해서 영어 리스닝이 딸리고 있는 건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은어를 계속 사용했던 거다. 계속 버탐이 하우스 가자 스튜디오 가자 안 멀다 이래서 난 바보같이 작가 스튜디오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이게 지금 생각하면 아마 코카인을 파는 곳이나 흡입하는 곳인 것 같다. 알아차리기 시작한 건 애들이 현금 있냐 60파운드 필요한데 인출기 가서 돈 뽑고 하우스 가자 했을 때부터인데 약간 설마 싶었다. 그런데 아니다다를까. 이 사진 속 검정 폰 위에 있는 기다란 게 코카인 통인데 다라가 전문 숟가락 같은 거 가방에서 꺼내더니 이 가루를 숟가락에 덜고 코로 갑자기 흡입함.. 나 정말 동공 지진..
그리고 나머지 둘도 함. 마침 다행히 이거 한 번씩 흡입하고는 현금 인출하러 나가서, 나는 sleepy 해서 가야겠다고 말하고 집에 갔다. 가면서도 유럽애들 원래 이런 건가 싶고 막 역시 아시안이라며 아시안 선비라고 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다른 런던 사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대마는 자주 봐도 코카인은 흔한 게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는지 완전 뻗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