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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몽 May 24. 2023

내 오랜 버킷리스트, 카셀도큐멘타 15, 2022(1)

26 Aug 2022

오랜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 아마 런던 온 이후로 혼자 가는 여행이 이때가 처음이었지 싶다.

게다가 무려 카셀 도큐멘타라니.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대 참사 발생.


저가항공사를 타면 늘 이상한 공항에 내린다는 사실을 왜 망각했는지, '프랑크푸르트 한' Frankfurt Hahn Flughafen (HHN)이라는 공항에 내린 거다. 공항 내에 식당 한 개 터미널 한 개 있는 완전 시골 공항이었다. 심지어 위치는 프랑크푸르트가 아니고 룩셈부르크에 더 가까울 지경. 여기서 도심을 가려면 이렇게나 배차 간격이 큰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한 시간 반이었고 버스 타고 도심까지 걸리는 시간이 두 시간 이상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겨우 프랑크푸르트 센트럴 기차역에 도착. 힘든 와중 찐 프레첼에 독일식 살라미 샌드위치는 어쩜 그렇게도 맛있는지.


공항 도착 시간에 맞춰 미리 예매해둔 기차는 이미 놓쳤었다. 한참 인터넷에 검색하고 망설이다 용기 내어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가서 기차 놓쳤다며 좌초지종을 설명하니, 이외로 무심하게 다음 꺼 타라는 거다. 원칙을 중시하는 독일의 이미지가 커서 타서도 불시에 기차표 검사하면 어쩌지 노심초사하며 카셀로 향했다.


그렇게 겨우 도착했는데, 카셀의 대중교통이 구글 맵에 반영이 안 되어 있는 거다.......


트램과 버스가 있는데 구글에 기록이 되어 있지 않아 아날로그적으로 각 버스역이나 트램 역에 붙혀져 있는 노선과 지도를 보고 이동했다.


겨우 도착한 도큐멘타 메인 빌딩. Fridericianum



그래도 도착해서 들어가자마자 오길 잘했다 생각 들었다. 정돈 안 된 날 것의 느낌이 딱 도큐멘타.























각 액티비스트들의 선언문이 담긴 텍스타일들이 주렁주렁 달려있고



1층 공간엔 이렇게 약간은 난잡한 리서치와 연구에 포커싱 된 전시가 있었다.


이미 피곤에 절어있는 나. 아침 6시부터 출발했는데 저녁 4시에 도착한 카셀. 무슨 한국행도 아니고...
















이번 카셀 도큐멘타 전시감독은 인도네시아 액티비스트 그룹 ruangrupa였다.


감독이 유색인종, 그것도 예술계에서 주류가 아니었던 인도네시아인(그것도 미국 출생 인도네시아인이 아닌, 정말 인도네시아에서 나고 자라 활동하는 그룹)인 것부터가 카셀 정신이 반영되어 있었다.



Ruangrupa has based documenta fifteen upon the values and ideas of lumbung. lumbung, which directly translates as “rice barn”, refers to a communal building in rural Indonesia where a community’s harvest is gathered, stored and distributed according to jointly determined criteria as a pooled resource for the future.


전시가 나오기 전 다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였던 working group의 아이디어 맵, 그 토의 과정들.


건물 2층엔 서구 외 국가에서 펼쳐진 movements, 퍼포먼스 예술과 실험예술 포스터 아카이브들이 있었다.
























특히 알제리 여성 액티비스트 아카이브는 정말 카셀 아니었으면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을까 싶다. 이 아카이브 자체가 한 독립 집단의 프로젝트인데, 1962년부터의 소외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알제리 여성 운동권의 역사를 조망하자는 목적으로 2019년에 설립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생략되고 말소되는 역사를 주목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제스처이자 과거를 다시 이용하고 재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한다.


















2층 또 다른 갤러리의 소주제는 Cultural Heritage and Education.


그중 인상 깊었던 도큐멘타 피프틴의 메니페스토 구절.


"제국주의 교육관과 끝이 없는 식민 행태의 결과물, 그 시스템을 우리는 거부한다. 우리는 서로 치유하였고 이것이 우리가 교육하는 방식이다. 이게 바로 우리의 유산이고 문화다. 우리는 치유하고 가르치고 공유하고 그렇게 새로운 방식의 지식을 쌓는다."



도큐멘타 15 Documenta Kassel 은 무척이나 정치적인 예술축제다. 위계나 경계를 거부하고 모두가 어울려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듣고 공유하길 바라는 곳. 이 축제가 겨우 5년에 한 번씩 밖에 열리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무려 15회나 개최 되어왔다. 1955년에 작가, 선생, 그리고 큐레이터들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내게는 늘 버킷리스트 같은 축제였다.



아래는 Damian LE BAS라고 로마니 집시에 대한 작업을 하는 작가 작품. 이 작가 작품은 카셀에서 처음 보고 다음 해인 올해 화이트 채플 갤러리에서 또 봤는데, 큐레이터가 여기서 보고 가져온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부인도 액티비스트인 Delaine Le Bas, 둘 다 Safe European Home?, Gypsy Revolution, Gipsy DaDa 등의 시리즈 작업을 하는 아웃사이더 옹호자이자 안티-파시스트 성향의 부부다. 이민과 소외된 인종 그룹을 다루는 여타 작가진들과 다른 점은, 그럼에도 그중에 언급되지 못하고 배척된 로마니 집시를 주목한다는 점인데, 이들의 문화와 커뮤니티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창하며 로마니 집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 질문하고 전복시키려 한다.



작가는 여행자로서의 로마니 집시 문화를 조망하며, 상상된 또는 실제 존재하는 경계나 국경, 또는 전치가 가지는 문제를 지도를 통해 언급한다. 또한 국가라는 상태가 띄는 원초적인 문제와 그 의미, 그리고 지속되는 난민 이슈와 이민이라는 개념을 이들을 통해 직면하고자 한다.


따라서 로마니 그룹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이렇게 떠돌게 되었는지를 추적하면서, 결국 현 이민/난민 상황을 이해시키고자 한다.


Another Roadmap Africa Cluster(ARAC).



The Another Roadmap School is an international network of practitioners and researchers who are working toward art education as an engaged practice in museums, cultural institutions, educational centers, and grassroots organizations in 22 cities on four continents.



그중 이 ARAC는 2015년에 우간다에서 창설되어 그룹 중 특히 아프리카 도시들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워킹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된 것은 Schoolbook Project. 유럽 그리고 서구 중심적 예술 교육에서 벗어나 무엇이 삭제되었는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며, 기관에서 내려오는 지식이 아닌 공공 집단적 지식 전래와 집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수년간 수많은 포럼을 운영해왔다고 한다.



곳곳엔 Forum에서 나왔을 문구나 구절들이 여기저기 붙여져있었다.


'How do we, at the same time, enable them to be mobile, to be flexible, and to evolve?"


특히 영어가 주 언어인 사회가 이미 백인 중심이며, 유색 인종과 영어 비사용 국가 사람들은 모두 그 큰 혜택을 못 받고 있음을. 언어를 장착하는 것은 무기를 장착하는 것과 같음을. 그 의미에서 우린 벌거벗은 몸임을. 또한 역사는 0에서 시작되는 것은 없고 어떤 잔해에서부터 시작됨을.


아래는 Lubumbashi 국립 미술관의 Verbeek-Mwewa 컬렉션 보존 프로젝트.


미술관 컬렉션이 어떻게 형성되고 운영되는지, 사회 속에서 미술은 어떻게 흘러가고 조직되는지,이를 RETHINK 하고 구조를 하나하나 다시 뜯어본 내용.



Chair study였던가 그런 이름의 공간.


이건 장애가 있는 분들의 작품.


각국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 이슈들을 배우게 된다. 특히 카셀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 중 하나는 이 자유분방한 재활용 의자들.


또는 재활용된 카펫들에 털썩 앉아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 멀끔하고 화려하진 않아도 이런 환경을 생각해 재활용한, 전체적으로 공간이 덜 완성된 느낌이라 되려 더 친근한 게 도큐멘타의 매력이다. 누가 대학생 졸업전시 느낌이라 했는데 대 공감. 그런데 좋은 쪽으로.


어린이 전시공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영상 스크리닝 공간이 인상 깊었음.


도큐멘타 메인 건물은 특히 건물 전체가 매 회, 작가의 작품으로 뒤덮이는 걸로 유명한데 올해는 이렇게 텍스트로 기둥을 뒤덮인 작품이 전시되었고


이 새 둥지들도 작품의 일환으로 건물에 붙어있었다. The Nest (2012–2022)


Friedrichsplatz라고 도큐멘타 건물 앞에 있는 광장. 여기서도 이런 액티비스트 작품이 있었다.


White Invaders you are living on stolen land라는 간판을 간 작품이 떡 도시 중심부에 있지만 이를 용인하는 독일 시민 클래스.


이 작품 역시 지금 1년이 지난 올해 테이트 브리튼 앞에서 몇 주 뒤 전시된다.


숙소로 가기 전엔 카셀 전시장 바로 앞에 있는 LIDL에 들렸다.

독일에 초등학생 때 잠시 살 때 먹고 이상한 식감에 충격받았던 과자. 아직도 파네 싶어 반가웠음











내 에어비앤비 숙소. 방이 엄청나게 컸다.


짐 놓고 다시 나와 혼밥 하러 식당. 오늘 하루 너무 고생한 나에게 조금이라도 포상하고자 괜찮은 독일 전통음식점을 찾았다.


















독일은 이런 탄산수나 탄산 과일음료를 좋아하더라. 아예 Fruchtsafte라고 탄산이 들어간 주스 섹션이 따로 있다. 나는 탄산이 들어간 사과주스인 Apfelsaft를 골랐다.


















메인 메뉴는 Grandma's beef roulade(hearty mashed potatoes/cucumber salad in farmer's sour cream) 라고 적혀있길래 어떤 맛인가 하고 시켜봤는데 사실 취향은 아니었다. 그래도 저 매시 포테이토가 딱 독일 스타일 감자요리라 맛있게 먹음.


숙소 돌아가는 길에 들린 또 다른 슈퍼마켓 체인 REWE. 오랜만에 간 독일이라 몰랐는데 이렇게 플라스틱이 들어간 제품을 사며 플라스틱 가격을 0.25 따로 청구하더라. 이 플라스틱병들은 모아 다시 반납하면 돈을 그대로 받는데, 그래서 노숙자들이 쓰레기통에서 이 병들을 그렇게 찾는다고 한다.

하리보 머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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