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May 2024 (1)
오늘의 목적지는 아르켄. 코펜하겐 근교 Ishøj 이소라는 지역에 있는 미술관인데, 결과적으로 너무너무 좋았다.
구가 미친 듯이 나누어져 있는 덴마크.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깨끗하고 뭔가 더 평등하고 복지 철철 넘쳐서 부자 냄새나는 덴마크와 달리 지하철은 구리고, 또 코펜하겐 외곽으로 나가면 빈부격차가 극심히 느껴지기도 한다. 외곽으로 갈수록 가게들로 꾸려진 동네 모습도 그렇고 지하철에 탑승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정말 달라진다.
그리고 내린 동네. 여기서 꽤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이때 선거철인 지 이런 포스터가 미친 듯이 붙어있었다. 그리고 가로등 뭔가 너무 귀엽.
이런 양 떼도 지나고
그렇게 도착한 아르켄. 어제 갔던 칼스버그처럼 어떤 대기업이나 부자 가문이 소유한 기관인가 싶어 직원에게 owner 가 누구냐고 하니 설명하기 복잡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검색해 보니 state-authorised private non-profit charity and contemporary art museum in Ishøj, near Copenhagen라고 한다.
상징처럼 있던 가로등, 그리고 반가운 무지개색 설치물.
열심히 먼 길을 걸어왔더니 그런 관객의 마음을 헤아리듯 문 바로 옆에 판매 중이 음료를 진열해둔 냉장고가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뮤지엄숍에서 보이는 풍경이 기대감을 올려주었다.
이 시기 특별전은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 재작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그의 개인전을 놓쳐 아쉬웠는데 잘 되었다 싶었다. 카푸어 작품은 단체전 여기저기서 본 적 있었지만 개인전은 이날이 처음. 공간이 크고 작품도 핵심적이고 서로 다든 것들로 잘 셀렉 해와서 정말 좋았다.
Grave, 2019, At the Edge of the World II, 1998
My Red Homeland, 2003
Descent into Limbo, 1992
Descension, 2015.
Destierro, 2017
그리고 이 방은 상설 컬렉션 전시. Peter Holst Henckel 피터 홀스트 헨켈 작품.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 나비 문양 안에 각국에서 일어난 전쟁 씬이 담겨있다. 한국 인천도 있더라.
또 다른 특별전인 Group Therapy,
대부분 덴마크인 작가들로 이루어진 그룹전. 그런데 덴마크 작가들이 은근 국제적으로 조망을 받기 어려운 구조인지 너무너무 작품들이 좋은 데 비해 처음 듣는 작가들이 많았다. 하긴 그러고 보면 재작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도 덴마크 파빌리온이 기억에 남았던 몇 작품 중 하나였다.
어이없었지만 재치 있어서 좋았던 베네딕테 비에레 Benedikte Bjerre 작품
거의 제일 좋았던 루우카 아나지로스 Louka Anargyros, Leatherboys,
피터 랜드 이 작품도 뭔가 덴마크스럽고 좋았음
좋았던 작품들. 작가들 이름이 읽기 너무 어렵다..
작품이 정말 하나하나 다 좋았기도 하고, 작품 개수도 overwhelming 한 정도가 아닌 딱 좋은 정도의 개수라 기분 좋은 감상을 마쳤다. 그렇게 뮤지엄 내 카페도 가봤는데, 카페만 온 사람도 많은지 꽤 많은 사람들이 있더라. 평화로운 뷰가 좋았다.
이런 야외석도 있고, 여기서 바깥공기 쐬며 잠시 휴식.
다시 들어와서 아니시 카푸어 작품 하나마저 보고
Memory, 2008.
뮤지엄 숍 쇼핑.
리테일팀 감각도 좋은지 사고 싶은 상품이 많았다.
안에서 바깥을 보니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비치체어들 있는 거 좋고
아니시 카푸어 굿즈도 이뻤음. 카푸어 작품 생각나게 하는 상품 바잉 해온 것도 센스 있다 싶었다. 무엇보다 이 전시 로고를 잘 뽑은 듯.
전시 도록들. 예전에는 고흐 등 모던도 포괄해서 전시하다 이제는 현대미술만 아우른다고 한다.
이날 대왕 곱창 한 날.
어이없는 카드 문구들.
다시 돌아가는 길. 갈 때보다 길이 더 짧고 산뜻하게 느껴졌다. 관람 경험이 너무 좋아서 만족스러워서 그랬던 것 같다.
도심에서 벗어나서 이런 자연에 둘러싸인 기분도 좋고
다시 도심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