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Dec. 2020
내일부터 식당이나 카페, 모든 미술관 등이 다 닫고 essential shops, 즉 식료품점만 여는 락다운이 시행된다. 어제는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공연 보고 택배도 맡기고, 오늘 일정은 오롯이 전시였다.
정말 이 날 미친 일정으로 전시 5개 이상.. 심지어 위치도 서울로 치면 종로 갔다가 한남동 갔다가 잠실 갔다가 서울대 쪽 갔다가 하는 식. 부산으로 치면 서구와 동구, 게다가 금정구를 넘나드는 일정.
첫 일정은 테이트 브리튼.
올해 첫 테이트 브리튼이었는데 내 첫 유럽여행 생각도 나고 좋았다. 이 미술관 바로 옆에 UAL 첼시 칼리지가 있는데 여기 학생들이 같이 전시를 토의하는 모습을 보고 유학을 꿈꿨었다. 지금은 첼시도 아닌 골스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사실 여전히 첼시를 갈걸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첼시에서 장학금도 줬었는데 학과가 큐레이팅이라 이미 일 경력이 있는 데 큐레이팅을 왜 배워하는 주변의 만류에 온 거였다 흑.
사실 잘못 알아보고 와서 테이트 브리튼에는 1월에 끝날 기획 전시가 딱히 있던 건 아니었다.
그래도 새로운 학파를 알게 되기도 했다. 영국식 퓨처리즘 사조.
밝은 오전에 이 작품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덤. 매해 이런 라이트 작업을 선보이는 데 올해는 CHILA KUMARI SINGH BURMAN라는 인도 작가가 선정되었다. 개인적으로 역대급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아이덴티티가 확느껴지는 부분이 좋다.
이후 동선상 맞지 않아 뺐던 재팬하우스 런던을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에라이 몸 좀 고생하지 뭐 하고 즉시 티켓을 예약하고 길을 찾았다. 사우스 켄싱턴까지 튜브를 타야 하길래 튜브 역까지 걸어가는 길.
이런 파리의 퐁피듀 센터가 생각나는 특이한 건물이 있었다. 튜브까지의 길이 생각보다 멀었는데 동네가 워낙 좋아 지루하진 않았다.
그리고 도착한 재팬 하우스 런던.
일본과 관련된 이것저것을 파는 한국 문화원 같은 곳인데 이번엔 기획전시로 Architectre of Dogs를 하고 있었다.
각 디자이너들이 견종에 맞게 가구를 디자인한 게 귀여웠다. 실용성보다는 그냥 개를 모티브로 한 오브제 창작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이런 건 실용성은 당연히 없을 뿐더러, 거의 강아지 확대 아니냐고 ㅋㅋ... 그래도 아이디어들이 다 귀엽고 일본 특유의 디자인 감각도 느껴졌다
강아지와 디자이너 병치해 보여주었던 영상.
소호 쪽으로 이제 다시 가야 했는데, 하이드파크를 쭉 가로질러 한참 걸어가야 함에도 버스를 타면 될 것을 중심가에 왔는데 구경하자 싶어 욕심내어 걸어갔다. 공원을 빠져나와 주택가를 걸어가던 도중 교회 앞에서 사진 찍고 있는 귀여운 아가들도 보고
그리고 지쳐서 근처 카페로.
시나몬롤과 라테를 주문했는데 작은 다과를 서비스로 내어주셨다. 별거 아니어도 이런 부분 하나가 주는 행복감이 참 큰 것 같다.
이곳에서 저번에 튜터가 소개해준 린카와 메이주가 있는 단톡방에서 애들과 채팅을 했다. 애들도 다 오늘은 전시 데이 라며. 서로 인스타도 이 날 비로소 팔로잉을 했는데, 린카의 인스타에 있는 사진을 보고 너무 반가워서 달라고 해서 아래의 사진을 받았다.
바로 전시 보고 있는 버탐과 나. 런던에 온 지 얼마 안되어 갔던 페이스갤러리 전시다.
두 번째 전시는 Sadis HQ cole
세 번째는 마리안 굿맨. 대지 미술가 로버트 스미드슨의 전시였다. 심지어 이 작가는 내가 미술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여기선 린카와 우연히 마주치기도 했다.
Island Maze
네 번째 리슨 갤러리
크리스마스 장식이 예쁜 이 곳을 지나
다섯 번째 전시는 센트럴에서 벗어나 화이트채플 역에 있는 화이트채플 갤러리.
여기서는 코스 메이트인 엘렌과 로리와 같이 봤다.
엘렌이 중국에 가면 많은 선전문구라고 설명해준 것.
오늘 본 곳 중 이 전시가 제일 좋았다. 로리 덕분에 알게 된 곳이다. 원래 교수님과 함께 전시를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 런던이 락다운을 발표한 탓에 취소가 되었다. 그게 이틀 뒤인 목요일이었고 급히 엘렌과 로리, 나는 락다운 전 마지막 날인 오늘이라도 우리끼리 전시를 보자고 한 것.
미술관을 나와서 위치한 이 아트북 서점에서도 한참 같이 얘기를 나눴다. 애들이 읽은 책이 워낙 많아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역시 동기들을 만나면 이런 자극을 받을 수 있어 좋다.
근처 펍에 가서 애들이랑 피자와 맥주를 마셨다.
펍에 주방이 없는 건지 특이하게 피자를 바깥에서 사 온 것으로 주더라. 애들에게 흥미로운 얘기들을 많이 들었고 이 자리가 너무 좋았다. 코로나 때문에 더 자주 못 만나는 게 정말 슬플 정도로 이 자리가 소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