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불안한 시기에 해외로 유학 가는 바보 나야나
정말 말도 안 되는 결정인건 안다만 주변에 사공이 정말 많다. 내게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왜 가냐고들 그러지만 그러는 본인들은 정작 카페고 국내여행이고 다 돌아다니지 않냐는 말이 입안에서 맴돈다. 나란들 흔쾌히 가는 거겠냐고 ㅠㅠ 고민에 고민을 하다 결정한 거라 속상하기 짝이 없다.
직장동료와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에 수도 없이 설명을 거듭했던 유학은 급기야 며칠 전 은행에서까지 들으며 서러움이 터졌다. 학비 송금하려고 외화 창구를 갔더니 이 시기에 왜 가냐고 안 가는 게 낫지 않냐는 거다. 정말 이걸 수천 번째 듣는 나로서는 걱정해줘서 고맙다는 느낌보다는 한숨만 나왔다.
런던 유학을 결정한 후 타임라인은 아래와 같았다.
1. 원룸 주인에 방 뺄 것 고지, 서서히 짐 정리 및 냉장고 비우기
2. 학교에 학비 송금 및 CAS letter (이민국에 제출하는 공식 acceptance 서류) 요청
3. 결핵검사
4. 비자 신청
5. 비행기 예약
6. 영국 가서 머물 집 airbnb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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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런던 도착 일 이후부터 Viewing (부동산 등을 통해 집 보러 다니는 것) 미리 약속 잡기
8. 휴대폰 정지
9. 해외 결제 카드 발급 및 여타 신용카드 해지
10. 각종 병원 방문 (치과 등)
11. 원룸에 짐 다 빼기 및 짐 싸기.
일하면서 이 모든 것을 소화하는 게 정말 유노윤호가 따로 없었다. 특히 2-6번이 헬이었기 때문.
-2번. 쉬워 보이지만 영국 행정 속도는 저~엉말 느리다. 메일 하나 답변받는데 일주일이 걸리기 때문에 [URGENT]를 붙여서 몇 번이고 말해야 질렸다는 듯이 겨우 답장해준다. 송금할 때도 어떤 은행을 이용해야 할지 세심히 따져봐야 했다. 거래 외국환은행 지정이라고 큰돈 송금 시 상시 사용할 은행을 단 하나만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3번. 뭐 때문인지 미국도 안 그랬는데 유독 '영국만' 연세 세브란스 병원의 결핵검사만 받아준다. 때문에 연차 내고 왔다 갔다 하루가 소요 + 검사비용 10만 원
-4번. 비자 신청할 때 적어야 할 게 수만 가지에 특히 10년간 여행 다녀온 국가와 기간을 모두 적어야 했다. 이게 고역이다. 그리고 IHS 비용이라고 해서 1년간의 의료보험비 612달러 + 비자 발급 비용 452달러+ 비자 패키지 꾸리어(비자 동봉된 여권 발송 비용) 34.14 달러 = 130만 원.
-5번. 일단 지방에서 인천 직항 가는 편이 전부 없어졌다. 지방민들은 김포 갔다가 인천 가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하며, 지방- 인천 리무진은 아예 전멸, 김포-인천 리무진 운행 편은 감축했다. 따라서 환승할 때 리무진 시간표까지 함께 보면서 계획을 세워야 했다
이것저것 다 따져본 후 KLM 항공 결제 완료했으나 다음날 운항 변동 알람이 떴으며
연이어 결제한 영국 항공 역시 지방에서 가는 비행 편 결항 알림이 떴다.
다시 뒤져서 루프트 한자로 결제했으나 이 마저도 운항 스케줄 변동 알람이.....
결국 편도에 100만 원 주고 대항항공을 끊었으나, 이 마저도 결항될까 봐 노심초사다.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두 항공사 모두 일주일에 2-3회씩만 런던 운항을 하기 때문.
-6번. 에어비앤비도 2번이나 거절당했다. 아시아인이라 그런가 하는 맘이 스멀스멀 올라오며 괜히 서러웠다. 결국 괜찮은 집이 없어 학교에서 35분이나 걸리는 곳을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아 남은 7-11번도 무사히 끝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