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저널리즘을 바라보는 바른 시각

아마 내 말이 맞을걸?

by 당신들의 학교

요즘 “수포자(수학 포기자)” 기사가 좀 있던데.


https://naver.me/FytSTjol


결론은 늘 비슷하다.


“아이들이 힘들어한다”

“사교육을 받아도 포기한다”

“그러니 문제를 쉽게 내자”


하지만 이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핵심이 빠진 것이다.


수포자 저널리즘을 볼 때 필요한 건 데이터 감각이고, 공감보다 먼저 책임 구조다.



1. 수포자 기사 속 ‘수치’는 대개 주관적이다


수포자 보도에서 자주 인용되는 수치는 설문 기반이다.


“수학을 포기하고 싶다”, “수학이 싫다”, “수학이 어렵다” 같은 응답은 중요하긴 하지만, 그 자체가 곧 학력 수준을 뜻하진 않는다.


기분, 최근 시험 경험, 교사·학원·부모와의 갈등, 또래 분위기 같은 변수가 그대로 섞인다.


즉, 그 숫자는 “현상”이 아니라 정서적 신호에 가깝다.


그러니 수포자 설문 수치를 ‘사태의 크기’로 소비할수록, 해석은 더 거칠어지고 결론은 더 단순해진다.



2. 객관 데이터와의 ‘차이’를 반드시 보정해서 읽어야 한다


설문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설문은 설문답게 읽어야 한다.


특히 학력미달 통계처럼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데이터와의 차이를 함께 놓고 봐야 한다.


성취도 평가는 기준이 있고, 반복 측정이 가능하고, 비교가 가능하다.


설문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요즘 수포자 저널리즘은 이 둘을 섞어버린다.

설문에서 나온 “포기하고 싶다”를 마치 “기초학력 미달”처럼 취급하며 공포를 키우는데, 이건 해석의 오류다.


정확한 태도는 이렇다.


설문 수치는 정서 지표로, 성취도 수치는 실력 지표로 두고, 둘 사이의 간극만큼은 ‘보정’해서 받아들이는 것. 그래야 논의가 현실로 내려온다.



3. “킬러문항 배제·변별력 완화”는 국가 방향과 충돌한다


문제를 쉽게 내자는 주장은 늘 선해 보인다.


아이가 힘들다니까, 부담을 줄이자니까.


하지만 교육정책은 감정으로만 설계할 수 없다. 특히 수학은 국가 경쟁력의 뼈대다.


킬러문항 방지, 변별력 완화, 절대평가 확대 같은 흐름은 ‘수월성 교육’의 반대쪽으로 기운다.


그런데 우리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산업, 첨단 제조, AI·반도체·바이오 같은 영역에서 선도를 말한다.

고부가가치 산업은 인재의 상단을 요구한다.


상단이 무너지면 하단도 같이 흔들린다.


이 모순을 외면한 채 “다들 힘드니 기준을 낮추자”로 가는 건 위험한 선택이다.



4. “사교육을 받아도 수포자” 서사는 공교육 책임을 지운다

가장 문제적인 대목은 여기에 있다.

“사교육을 받아도 수포자가 많다”는 서사는 그럴듯하지만, 슬그머니 한 가지를 삭제한다.


공교육의 역할과 책임이다.

사교육이 효과가 있든 없든, 공교육이 해야 할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기사들은 공교육을 배경으로 밀어놓은 채, 마치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사교육 확대 vs 문제 쉽게 내기” 둘뿐인 것처럼 만든다.

이건 프레임이다.


그리고 프레임이 바뀌면 책임이 사라진다.




5. 해답은 “사교육 탓”이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다

올바른 방향은 단순하다.


수학을 사교육 부담 없이 공교육에서 책임지고 가르치는 것.
특별한 사정을 제외하면, 학력미달자의 비율이 “사교육을 안 받는다”의 비율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은 중요한 힌트다.


이 말은 결국 “사교육을 받았는데도 포기했다”가 아니라, 더 본질적으로는 공교육이 학력 형성에서 별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 날카롭게 말하면, 공교육이 사교육에 ‘기생’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런데 최근 사교육 저널리즘은 이 결론을 피한다.


“사교육이 있어도 어렵다”까지만 말하고, “그렇다면 공교육은 무엇을 했나”는 묻지 않는다.




6. 그 와중에 ‘교사’가 변별력 완화를 주장한다면, 염치의 문제다


만약 킬러문항 배제, 변별력 완화, 절대평가 확대를 주장하는 쪽이 교사라면—이건 의견의 문제가 아니라 염치의 문제다.


공교육이 누적된 수업결손을 만들고, 그 결손을 사교육이 메우고, 그 결과로도 학력이 회복되지 않는 학생이 늘어난 상황이다.


여기서 “그러니 문제를 쉽게 냅시다”를 말하는 건 책임을 회피하는 수준을 넘어, 책임을 규칙 자체를 바꿔 삭제하려는 태도다.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7. 누적 수업결손의 책임은 공교육에 있고, 해법도 공교육 안에 있어야 한다


누적된 수업결손의 책임은 당연히 공교육에 있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거나, 충분히 시킬 수 없는 학생도 수업결손이 없도록 지도하는 것—그게 국가사업인 공교육의 존재 이유다.


그래서 방향은 선명해야 한다.


초등 저학년의 하교 시간을 오후 3시 이후로 실질 의무화하고, 그 시간 안에서 학생의 기초학력을 교사가 책임제로 운영하는 것.


방과후를 ‘선택형 보충’이 아니라, 정규교육 안의 ‘필수 회복’으로 끌어들이는 것.


여기서부터 공교육은 다시 “하는 일”이 생긴다.




8. 지금 필요한 말은 “공교육 실패”이지 “문제 쉽게 내자”가 아니다


이 상황에서 나와야 할 말은, 원래라면.


“공교육은 뭐 했냐”

“왜 아이들이 누적 결손을 떠안게 됐냐”

“교실이 왜 기초학력을 책임지지 못하냐”


이런 말들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사교육을 받아도 수포자가 많으니 문제를 쉽게 냅시다” 같은 말이 나온다.


솔직히 어이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국면에서 교사들이 그 방향으로 입을 여는 행위 자체가 무례라고 본다.


공교육 당사자가 먼저 해야 할 말은 기준을 낮추자는 주장이 아니라, 책임을 다시 가져오겠다는 선언이어야 한다.





수포자에 대한 조사결과 때문에 관련 기사가 좀 나오고 있는데, “사교육을 받아도 수포자”라는 이야기는 여러분의 눈을 가리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알려드린다.


조사결과가 말하는 것은, 공교육이 아이들에게 학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그 역할을 사교육에 넘겨 기생하고 있으며, 학력이외의 다른 경험조차 제공해주지 못해서 학력미달자가 쉽게 좌절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뜻이다.


공교육이 다시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수포자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문제를 쉽게 내는 것이 아니라 수학을 공교육에서 끝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Don't report it, Own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