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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나쁜 교사 09화

9장. 실력 없는 교사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언급하지 않는

by 당신들의 학교


실력이 없는 교사가 해임되고, 그 해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온 적이 있다.


아주 상식적인 판결이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영어를 가르치면 안 된다.



이 당연한 얘기를 우리 '나쁜 교사'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살펴보자. 아울러 학교에 능력 없는 교사는 얼마나 될지도 가늠해 보자.


영어 못하는 영어교사에 대한 기사를 하나 더 보도록 하자.




이 기사와 관련한 기사는 여러 개를 찾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어느 교사(교장이다)의 사설을 살펴보자.


이 사설에는 교사들의 편협함, 이기주의, 특권의식, 그리고 그런 특권의식과 양립하고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할 뿐인 피해의식까지 살펴볼 수 있어 좋은 자료이다.


게다가 매체는 '한국교육신문'으로, 보통 교사들을 주 독자로 하는 신문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자. 즉 교사 '자기네끼리' 공유하는 감정이 많이 들어가 있는 듯하여 참고할 만하다.


시작해 보자.







클릭하면 전문을 볼 수 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데, 이것은 아주 수준 낮은 반박이라 허탈한 웃음만 나온다.


토익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는 '등' 실력을 갖추지 못한 교사를 퇴출해야 한다는 얘기에, '아니, 그럼 고득점을 받아야 한단 말이에요?'라고 반박하는 건 설득이고 뭐고 말이 안 통한다 봐야 한다.


1. 990점 만점의 토익에 718점이면 영어교사로서는 민망한 수준이다. 일반적이거나 평범한 수준도 아니고 그야말로 치명적인 수준인데, 그에 대한 반박으로 '고득점'을 운운한다.


이것은 '지나치게 못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를 '우수하지 않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은근슬쩍 바꾸려는 것이다.


의도한 거라면 진짜 나쁜 글쓰기 방법이다.




2. 또한 사건에서 두드러진 '토익'이라는 것에 포인트를 맞추어서 토익이 어째서 교사의 자격인지 따지는 모양새인데, 교사가 퇴출되어야 하는 이유는 실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본질이다.


이를 비틀어서 '그럼 토익이 교사의 자격이냐'라고 항변하는 것은, 그것이 토익이 아니라 뭐가 됐든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학생들의 평가가 교사의 자격시험이냐

-수능문제를 풀 수 있는 게 교사의 자격이냐

-욕 안 하고 싫은 소리 안 하는 게 교사의 자격이냐


이런 표현은 문장의 진위나 논리가 중요하다기보다는 필자가 어처구니없어하는 반응을 내보임으로써 심리적인 공감을 끌어내는데 목적이 있다. (교사들이 주로 보는 신문에 실린 사설이라는 점을 다시 참고하자)


속지마시라.
토익점수도 안 나오는
'영어교사'라면
퇴출이 당연하다.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영어연수에 참가한 영어교사를 대상으로 측정한 결과가 대기업과 공기업 신입사원에 비해 60점, 123점 더 낮았다는 '팩트'에 대해


교사의 자질을 싸잡아 격하하고
학교 영어교육을 저질시하고
일선 학교 교사 '전체'의 명예를 훼손했다



라고 하며 분개하는 모습이다.


나쁜 교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살펴보자.



1. 특권의식


그냥 교사들도 아니고, 현직 영어교사들의 토익점수가 낮다고 하는데도 문제의식이 전혀 없다. 영어에 대한 지식과 실력을 갖추고 그것을 교육시키는 것까지 가능해야 영어교사라 할 것인데, 특권의식에 절어있는 교사는 '교사란 그저 교사라서 교사인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험에 참여한 교사의 최저점수도 아니고 '평균'이 718점에 불과한데, 이게 어떻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인지? '이 정도면 욕먹을만했다'라는 반응이 정상 아닌가 말이다.


마치 절대로 지켜져야 하는 권위에 도전당한 듯이 제목부터 화를 내는 모습은 교사(그래.. 일부다. 일부...)들의 특권 의식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감히 교사에게!'라는 식의 권위를 침해당했다는 생각에 발끈한 게 아니라면, 토익점수가 교사의 자질을 평가하지 적절치 않으며, 이러이러한 자료를 보면 교사들의 자질문제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논지를 이어가는 게 맞다.


그럼에도 이렇게 공격적인 사설이 나온 이유는,


특권의식에 발끈했거나
반박할 수 있는 자료가 전무했거나.




2. 집단주의


사설에서 인용한 기사내용으로는 교원평가가 필요하며, 실력이 없는 교사가 많은 것으로 보이니 이들은 퇴출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이다.

현격히 떨어지는 영어교사의 실력에 대한
객관적인 테이터도 있고

교원평가를 거부하는
교사들의 행태를 종합해 보면

영어뿐 아니라 다른 과목에서도
미진한 실력을 갖춘 교사들이
많을 것임을 유추하는 것이
지나친 논리 비약은 아니다.



그런데 필자는 이 기사를 '교원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보았다. 심지어 명예훼손이란다.


긍지와 명예가 있는 전문가 집단이라면, 그 집단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무능한 사람을 스스로 내쳐야 맞다고 생각하는데, 교사들은 (일부... 그래, 일부다, 일부) 지독한 집단주의 속에 살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우리나라 언론 특유의 수준으로'라는 표현으로 언론전체를 깎아내리고 비아냥대는 내로남불의 언사도 서슴지 않고 있는데, 이는 집단주의에 눈이 멀었다는 게 내 판단이다.


다른 부분도 읽어보자.



미술교사는 화가나 조각가고
체육교사는 금메달 따야 되냐?

이것이 현직교사의 반박 수준이다.


너무 수준이 낮아서 이 주장에 대해 반박하지 않겠다.


실제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과는 언쟁을 해선 안된다. 목소리만 높아지고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언쟁 후에 스스로 '이겼다'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자랑하기도 하는데, '네가 너무 수준이 낮아 내가 피한다'라고 말해봐야 아무런 타격조차 줄 수 없다. 나는 그저 이런 사람이 내 아이를 가르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물고기를 잘 잡는 사람이 아니라 물고기를 잘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교사라고 하는데




이거 이럴 때 쓰는 말 아니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기만 하면 되지,
물고기를 잘 잡지 못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라고.

아니, 일단
이 말은 교사의 기준을 얘기하는 거랑
좀 다른 거 아냐?
보통 자녀교육에 쓰는 말 아냐?











교사의 점수가 좀 나쁠 수도 있다는 변명에 대해서는 길게 다루지 않고 한 마디만 하자면,



교사에게는
평소의 연구활동을 위해
교원연구비와
근무지 외 연수규정
각종연수 지원과
학습공동체 지원 등
엄청난 지원이 지속적으로 주어진다

딱 하나 없는 것이 있다면

평가.

평가를 하지 않는다.



그게 진짜 중요한거였으면 임용때 봤어야지라는 소리를 하는데, 이게 무슨 무논리인가. 영어성적 보지않어?



그러니까 영어 교사의 점수가 나쁜 것은 영어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학원 강사 등의 영어 성적이 좋기 때문이라고?


뭔 소리야?



그러니까... 영어교사가 어려워하는 부분은 원어민 교사등을 채용하거나 하는 것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실력이 없으니까

'지원'을 더 하라고?

이게 무슨 논리인가?

왜 교사들의 사설은 늘

'교사에 대한 더 많은 지원'으로 끝나는가?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착한 척.


'자질이 부족하거나 실력이 없어서 학생을 지도할 수 없는 교사를 퇴출하는 것에 반대하는 게 아니'란다.




내가 문해력이 떨어지는 건가?
논조가 다르잖아.
논조가.



속 터지고 열받는 교사 사설을 보았다.


다음에는 이어서 '실력 없는 교사'를 좀 더 다루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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