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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나쁜 교사 10화

10장. 거대악 3 - 비정상이 정상인 세계

도저히 자정작용을 기대할 수 없다.

by 당신들의 학교

교사들의 일탈과 범죄, 무능에 대한 증거는 넘쳐난다.


물론 그런 기사라던가 통계를 들이밀어 봤자.



일부의 사실로 전체를 매도하지 말라


라는 수법으로 화를 낼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겪어봤으니까



오늘의 주제는 바로 교사들이 자주 얘기하는 '일부의 사실로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된다'는 것에 어느 정도 당위가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https://naver.me/FtTz60ee


교사들이 학원에 문제를 팔았다고 한다.


이 현상을 단순하게 보면, '일부'교사들이 일탈을 저지른 것이며, 교육청에서 징계가 내려질 것이고, 형사처벌이 아무래도 될 테니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기는 어렵겠다 정도의 생각이 든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자.


72명이나 되는 교사가 학원에 문제당 수십만 원을 받고 문제를 팔고, 일부는 그 문제를 시험에 출제했다.




72명



교사에게 최대한 유리하도록 상황을 가정해 보자.


학원에서 평소 친분이 있는 교사에게 문제를 좀 빼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 교사는 인간적인 친분 때문에 그만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허락했다...



72명이?


개인적인 부탁으로 불법을 저질렀다기엔 너무 많은 수다. 게다가 적발된 교사가 72명이라면, 적발되지 않은 교사는 훨씬 더 많을 것임을 우리는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교사에게 최대한 유리하도록 상황을 가정해 보는 중이므로, 이번에 적발된 72명이 불법을 저지른 교사의 전부라고 하자.



그렇다 해도 너무 많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교사가 불법을 저지를 수 있을까?


가능성은 다음과 같다.


1. 일부(1~3명 정도) 교사가 학원의 부탁을 받고 문제를 유출할 다른 교사를 섭외했다. 섭외에 응한 교사는 또 다른 교사를 소개하는 식으로 범죄에 가담한 교사의 수가 늘어났다.


2. 교사들의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런 알바(?)를 원하는 교사를 학원에 연결해 주는 브로커나 시스템이 존재한다. (교사 커뮤니티 중에는 가입 조건이 아주 까다로운 그들만의 커뮤니티도 존재한다)


3.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일이며, 오래된 대형학원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일선 교사와 접촉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교사에게 로비하여 문제 유출을 부탁할 수 있다.





1. 피라미드 모집형태로 범죄 가담 교사 수가 늘어난 경우


가정에 따라 범죄에 가담한 교사는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섭외에 사용된 미끼는 '친분'과 '돈'일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 섭외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사건을 봐서는 내부고발이 있었던 것 같진 않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러한 섭외를 거부하는 교사가 전혀 없었거나 거의 없었다는 가능성

교사 사회에 이러한 섭외는 일상적이며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만연한 상태여서, 내부 고발을 하면 나와 친분이 있는 다른 교사가 다칠 가능성이 크다라는게 상식일 가능성 (예컨대 성추행이 만연한 조직에서는 성추행을 신고하는 게 의미 없다는 생각)


어떠한 경우라도
교사들의 자정작용을 기대할 수 없다.




2. 교사와 학원을 연결하는 브로커가 존재할 가능성


1번과 유사한 상황인데, 전문 브로커가 존재한다면 이 브로커는 '싹수가 보이는' 교사들에게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돈 좋아하고, 직업윤리 없고, 유흥에 소소한 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


보통 우리는 그런 사람은 교사를 하면 안 되고, 교사 중에 그런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있다. 정말로 있다.


일단 이런 상황을 가정하는 것도 절망적인데, 브로커가 있다는 것은 친분이 없는 상태에서 친분을 만들거니 접근한다는 뜻이며, 그 와중에서 브로커의 존재가 도시전설처럼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교사사회는 조용한가


이 두 번째 가정에서도 교사들의 자정작용을 기대할 수는 없겠다.



3. 교사들의 학원의 유착관계는 아주 오래되었을 가능성


이 경우는 '범죄선배'가 새로 교사가 된 사람을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하여 같은 '범죄자'로 만들어야 한다.


교사 조직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고, 불법이지만 어쨌거나 부러울 정도로 성공한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며, 작은 불법에 큰 보상을 하면서 서서히 끌어들이는 방법이 좋을 것이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네. 가정하는 것이니 그냥 넘어가자)


가장 나쁜 상황이기 때문에, 당연히 교사들에게 자정작용을 기대할 수 없겠다.





학원에 문제를 빼돌린 교사가 10명 미만의 수준이었으면, 교사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가정하여


'학원 측에서 발이 넓고 사람 구워 삼는 솜씨가 좋네'


라고 생각할 만도 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일부 교사'의 일탈이며, 이 사건으로 모든 교사에게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데 72명이다.


나는 많은 교사들이 상당히 오랫동안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어떤 교사는 동료에게 같이 하자고 했을 것이고

어떤 교사는 주변에 자랑했을 수도 있다

소문이 퍼졌을 것이고, 구체적인 정황도 있었을 것이다.


최소 72명이
주변사람 모르게
범죄를 저지를 수는 없다.


물론 이것은 가정이다.


범죄에 가담한 교사를 제외하고는 이런 일이 있었는지 꿈에도 몰랐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아주 낮은 확률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적으로 보았을 때, 교사들의 '법 감수성'은 매우 무딘 편인데


작년에 있었던 '공교육 멈춤의 날' (불법 파업이다) 이라던가, '41조 연수사용' (휴식의 목적으로 사용하면 안 되게 명시되어 있다) 이라던가 '현장체험학습 거부' (직업윤리가 없다는 쪽에 더 가까운데, 공무원이 업무를 거부하는 게 말이 안 된다)이라던가 하는 예는 많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교사는 평가받아야 한다
감시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자정작용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여전히 시도교육청들은 '청렴'을 경쟁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청렴은 청렴이 들어간 문서, 서약서, 영상, 구호, 대회, 모임, 결의 등이며



나는 이들이

이번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주의 공문을 보내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500원을 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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